130점인실력 [606191]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3-01 00:55:12
조회수 45,742

강남대성 재수생이 느끼는 감정.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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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8년생 재수생이예요.


현역때는 내가 공부잘하는줄 알고 설치다가


수능을 망쳐버리고 결국은 강대 ...강남대성..



친구들은 대학잘갔어요. 의대간 놈들이 수두룩 해요.


졸업식날 머리를 빡빡밀고 갔는데 


얼굴은 웃었지만 속으로는 울었어요.


담임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더라고요.




베프중에 성균관대 간 친구가 있어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길래 


밤새도록 연애상담 해줬어요.


막 "이럴땐 이렇게 해야됨 ㅇㅇ" 하면서


진심으로 친구가 잘 되길 바랬어요.


오늘 학원갔다가 오니 친구한테 카톡이 왓더라고요.


"내 오늘부터 1일이다 ㅋㅋ"


둘이 잘되길 바랬고, 그래서 많이 도와줫는데


막상 친구놈 여친생겼다하닌까 배가 아프네요


나란놈은 참 어린것같아요.


불과 몇달전까지 똑같은 교복입고 똑같은 급식먹는 학생이였는데,


이렇게 친구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있고


저는 모든게 멈춰버린것 같아요.


시간의 연장선에서 방향감각을 잃었어요.


자려고 눕기만 하면


허전한 기운이 몰려오네요. 그래서 이렇게 넋두리 해봐요.



재수생활은 그럭저럭 할만해요


태어나서 해온 거라고는 공부가 대부분이닌까.


부산사람이라 강남대성에서 적응하기 힘들줄 알았는데


반 친구들,담임선생님,수업분위기, 모두다 좋아서 학원다닐 맛나요.




근데요, 저도 꼴에 피끓는 청춘이랍시고


눈에 자꾸만 밟히는 여자애가 있어요.


표정이 정말 순수해요. 웃는게 참 이뻐요. 주위사람 챙겨주는거 보면 마음도 참 따듯한것 같아요.


오늘도 수업시간에 조는 짝지 깨워주면서 "화이팅!!!" 해주더라고요.


그 아이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 가사가 있어요


"내 마음에 첫눈이던 그대"  -정준일


정말 하얀 눈같은 이미지의 아이에요.


제가 남고나왓지만 여자한테 말못걸고 그런건 없거든요. 여사친들도 있고요


예전같으면 자연스레 말을 걸어봣겠지만은


지금은 용기가 안나요.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이 많이 앞서더라고요,


그래서 그 여자애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고있어요.


자리도 근처라서

 

수업중에 살짝 졸릴때 걔보면 잠이 확 달아나요. 완전 귀엽거든요


또 걔가 내 조는 모습볼까봐 졸지도 못하겠어요.(조금 졸기도 하지만)


나름 공부가 더 잘되는것같아요.


하지만, 내 감정을 이용 해먹는것같아서 이것도 많이 비참해요.


친해지고 싶은데, 가서 말도 걸어보고 싶은데 참아야해요..


저는 재수생이닌까..


흔들릴때 마다 이렇게 다짐해요


"재수할때 연애하면 삼수한다"


근데요,


요즘 화장실 갈때마다 자존감의 밑바닥을 기어다니고있어요.


문뜩 아무생각 없이 거울을 봣는데


내가 알던 내모습이 아니더라고요


나름 외모에 자신감도 많았고 꾸미는것도 좋아했는데..


매일 똑같은 츄리닝에 짧은 스포츠 머리,뒤집어진 피부,고등학교 3년동안 쪄버린 10키로의 살..


"내가 걔를 좋아해도 되는건가??" 싶더라고요.


잘생기지도 않았고,공부 잘하는것도 아니고, 뭐 하나 잘난거 없는놈이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게 과분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요 이 마이너한 감정들을 공부에 쏟아보려고요.


3월대성 빌보드에 이름 올려서


그 여자애 시선의 자취에 제가 잠깐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일도 아침부터 학원에 자습하러 갈거에요.


힘들어도 참아야죠.


견뎌낼거에요, 이겨낼꺼에요.


곧 따듯한 봄날이 오는것처럼


제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듯한 벚꽃이 만개했으면 좋겠어요.



ps. 강남대성이라 그런지 우리반도 오르비하는 친구들 꽤 있더라고요.

대충 제가 누구인지 알거에요. 그냥 "아 저놈이 저런 마음으로 살아가는구나" 하고 넘어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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