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렌 [278738] · MS 2018 · 쪽지

2012-01-09 19:26:21
조회수 10,431

11수능 수리가형 문제로 본 교육과정, 수능, 논술(특히 서울대 논술?)의 관계와 교육의 다양성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2565888

우선, 이 글을 쓰게 해 준 계기를 마련해 준 호랑.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호랑. 님의 글 http://orbi.kr/0002564723 에 댓글을 달다가, 자세히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되어서 독립적인 글로 써 본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단은' 호랑.님의 글에 대한 기-인 댓글과 같은 스타일을 지닙니다.

호랑.님의 원 글이 독동반상회 태그에도 있기 때문에 일단 독반 태그를 달아 두긴 했는데 계속 달아 둘지 모르겠네요.

아, 이것이 나카렌입니다. 제가 입시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담겨 있어요. 수능, 논술, 교육과정 등등.

그럼 긴 글 시작합니다. 질문, 지적 등등 얼마든지 받습니다. 이 글 하나로, 여러 가지 좋은 변화가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저도 ㄷ을 호랑.님과 같은 방법으로 풀었고, 다시 1년 전으로 되돌려 놓아도 같은 방법으로 풀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읽고 느낀 게 "그렇지. 원래 이렇게 푸는 거 아니었어?"라는 감정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분들이 이 풀이가 엄밀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를 엄밀하게 적어 보면 이렇게 됩니다. 문제를 살펴보면, 적절한 실수 a, b를 선택하여(단, a<1<b) 폐구간 [a, 1]에서 f(x)는 0에서 x까지 v(t)를 적분한 것이고, 적절한 폐구간 [1, b]에서 f(x)는 x+2부터 5까지 v(t)를 적분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에 의하여" f(x)의 x=1에서 좌미분계수는 v(1), x=1에서 우미분계수는 v(3)인데 두 값이 같지 않으므로, ㄷ은 거짓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평균변화율을 직접 구하고, 좌극한과 우극한을 직접 계산하여 푸는 풀이를 살펴보면, 위에서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에 의하여" 라는 부분이 구체적인 계산 과정으로 바뀌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의 증명 과정을 특수한 경우에서 진행한 것이라는 겁니다. 

마지막 문장을 조금 더 설명하도록 할까요. 일반적으로, 제2코사인법칙의 증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너무 당연한 문장인가요?) 그 중, 고등학교 과정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제1코사인법칙을 이용하는 것, 수선을 그은 뒤 삼각함수의 정의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는 것, 벡터의 내적에서 유도하는 것입니다.(다만, 벡터의 내적에서 제2코사인법칙을 유도하게 되면 "개념의 논리적인 흐름"을 교과서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 주어야 합니다. 고등 학교 과정에서 이를 직접 해 볼 필요는 없고, 가능하다는 정도만 알면 됩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는 대체로 삼각함수의 정의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는 유도 과정이 나오지요.(저는 이것을 추천하며, 제1코사인법칙을 이용하는 증명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삼각함수의 정의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는 증명은 떠올리기도 쉽고, 유도 과정도 이해하기 더 쉽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중의 개념서에서는 크게 중시되지 않는 듯 합니다. 아마 교과서 내용이 바뀐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발상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변의 길이와 끼인각의 크기가 주어져 있고 나머지 변의 길이를 구해야 할 때, 주어진 각이 운 좋게도 특수각(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대개 그렇긴 합니다)이라면, 제2코사인법칙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수선을 긋고, 문제 상황을 여러 개의 직각삼각형들로 재해석한 뒤 삼각함수의 정의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여 변의 길이를 하나씩 구해 나가는 식으로 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XXX"의 증명 과정을 특수한 경우에서 진행한다라는 말은 이런 의미입니다.

즉, 호랑.님의 풀이는 다른 사람들의 풀이의 일부 과정이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의 내용임을 이해했기 때문에,(이는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철저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내포하지요.) 그 과정을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이용한다는 말로써 빠르게 진행한 것일 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한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는 고등학교 미적분 과정에서는 정말 중요한 정리이지요. 다들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

한편, 중간적인 성격을 지니는 풀이로 처음에는 제가 제시한 대로 풀어나가다가, f(x)의 식을 x=1 근방에서 구한 다음 적분으로 주어진 함수의 변화율에 대한 몇몇 공식들을 이용하는 풀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공식 또한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로 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간단한 결론들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한다고 여겨지는 풀이, 바로 위에서 제시한 중간적인 성격의 풀이, 호랑.님의 풀이와 제가 그것을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한 풀이는 결국 같은 말을 다른 방법으로 쓴 것일 뿐입니다. 어느 풀이가 출제의도에 부합하는가를 따지기 전에, 이 점을 먼저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출제의도에 대하여 살펴볼까요. 우선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철저하게 이해했다면 호랑.님과 같은 풀이를(또는 제가 엄밀하게 재진술한 풀이를) 시험장에서 구사할 수 있을 개연성이 높을 겁니다. "철저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f(x)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제 적분으로 주어진 함수의 좌미분계수와 우미분게수를 구해야 하는구나'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적분으로 주어진 함수의 미분계수를 어떻게 구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풀이는 일단은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면, 바로 앞 문장에서 따옴표로 되어 있는 문장의 맥락은 "교육 과정을 충분히 이수하면 논술 문제를 풀 수 있다"의 맥락과 조금 닮은 점이 있습니다.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상적으로 이수한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그렇습니다.

한편 위와 같이 이상적인 경우가 아니라, 댓글 중간에서 제시한 중간적인 방법으로 풀거나, 아니면 그냥 계산하는 방법도 교육 과정의 내용을 활용하여 주어진 문제 상황을 나름대로 잘 해결한 것입니다. 적분으로 주어진 함수의 변화율도, 평균변화율의 의미도, 극한의 계산도, 도형에서의 극한을 적절한 식의 극한으로 재진술하는 것도 교육 과정 내의 내용이고, 이들을 잘 결합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이 위의 두 풀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풀이들도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풀이"입니다.

그러면 이제 어느 것이 의도냐는 질문이 남지요. 저는 이에서, 제 가설을 제안합니다. "평가원은 하나의 풀이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위의 세 가지 풀이 모두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풀이"인 만큼, 이 중 어느 것을 이용하여 진행하든 모두 평가원에서 기대하는 풀이라는 것입니다. "그냥 계산해도 좋고,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잘 이용해서 풀어도 좋고. 다만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잘 이용해서 푸는 풀이가 시간을 좀 더 벌어줄 수는 있지."라는 게 평가원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거죠. 이 말은 호랑.님과 같은 풀이가 다른 풀이보다 우월하다고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없는 대로  풀라는 의미입니다. 각자에게 맞는 풀이가 있다는 것이고, 각각의 풀이에서 걸리는 시간을 통해서도 각자의 "수학 능력"이 측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면서, 수학능력시험에서 모든 사람이 만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수학 능력"에 맞는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도 언어영역에서 과학, 기술 지문을 읽고, 자연계열 학생도 언어, 사회 지문을 읽어야 하죠. 이는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생과 같은 수준으로 과학, 기술 지문을 이해하기를 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인문계열 학생이 어느 정도로 과학, 기술 지문을 다룰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입장의 장점은, 널리 알려져 있고, 널리 이해되는 풀이와, 분명 개념적으로 본질적이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풀이를 평가원 문제의 풀이로 양립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두 풀이에 우열은 없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풀이가 있을 뿐입니다. 또한 제가 알기로 남휘종이 전형적인 후자이지요) 그리고 수험생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를 잘 살린다는 점, 7차 교육 과정이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른 다양화된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과 잘 부합한다는 점 또한 장점이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아직 "각자에게 맞는 교육, 각자에게 맞는 풀이, 각자에게 맞는 점수"라는 개념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출중한 학생들이라면 널리 알려져 있고, 널리 이해되는 풀이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기 어려울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풀이를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거라는 게 제 입장이지요.

또한, 다시 위로 올라가서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풀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때 저는 이 표현에는 상당히 이상적인 맥락이 깔려 있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이는 논술에서 흔히들 말하는 "교육 과정을 충분히 이수하면 풀 수 있다"라는 말과도 통한다고 했고요.(요즘 서울대 논술과 관련해서 그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보편적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각자의 수학 능력을 알아보고자 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바대로 각자의 수준에 맞는 풀이가 양립할 수 있지만, 논술 시험은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논술 시험은 상위권 또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변별하고자 하는 시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원이 의도할 만한 여러 가지 풀이들 모두를 논술 출제자가 의도할 리 없고, 당연히 좀 더 높은 지적 수준에 걸맞는 글, 걸맞는 풀이를 기대한다는 것이지요.(서울대 논술이라면 더욱 그런 성격을 띨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 고등 학교 교육은 모두에게 두루 통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각자에게 맞는 교육과 풀이라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수험생들도 자신의 지적 수준에 걸맞는 글과 풀이를 함양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능에서는 잘 해 나간 분들이 논술에서 혼란을 느끼는 것이고요. 

이는, 논술을 잘 치려면 평소의 공부하는 것에서부터 조금씩 달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논술 시험에 임박하여 이루어지는 각종 논술 사교육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향상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적은 것이지요. 난만한님이 수리논술을 공부하려는 자연계열 학생에게 우선 수리영역 가형을 철저하게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술로 나아가라는 말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수리영역을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보다 논리적이고 엄밀하게 공부하고, 그런 풀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다음,(이 문장이 수리영역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덧붙이지 않아도...괜찮겠죠?) 논술이 다가올 때 갈무리하라는 의미이지요. 

서울대학교 논술이 언급된 김에 덧붙이자면,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제를 안내하는 파일에 따르면, 그들이 입학사정관제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이 학생이 이 학생의 지적 수준에 맞게 공부해 왔는가", 즉 "이 학생은 모두에게 두루 통할 수 있는 공부와 풀이가 아니라, 자신의 수준에 걸맞는 공부와 풀이의 길을 얼마나 걸어 왔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admission.snu.ac.kr/adm01/adm0101/view.jsp?idx=1260832&pageno=2 에 올라온 "입학사정관제 안내"라는 파일에 따르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만은 나도 전문가! 폭넓은 공부에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내가 장차 목표로 하는 분야는 좀 더 철저히 준비합시다. 우리 학교 최고로 어깨를 으쓱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가 되어 봅시다. 예비 서울대학생이라면 교과서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면 이제야말로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때입니다. 관련 서적을 찾아서 ‘많이 읽고’ 보다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언어로 알려줄 수 있을 만큼 나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23쪽)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활동이 필요합니다. 책과 씨름하며 혼자 생각하는 공부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룹 과제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경험도 지식의 살을 찌우는 활동입니다. 위와 같이 학교에는 실험 탐구 활동, 그룹 수행 과제, 토론, 글쓰기, 심화학습 동아리 등 다양한 학업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학생이 적극적으로 찾아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학업 활동은 정해져 있는 틀이 없습니다. 어떤 형태, 어떤 종류의 활동이라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 수업 따로, 학업 활동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규 수업 안에서 선생님과 함께하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활동이 모두 의미 있는 배움이며, 서울대학교는 이러한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24쪽) 
"‘대학교 입시 맞춤 공부를 넘어서 스스로 실력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학습으로 수능, 내신 점수를 높이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에 우선이 되어야 할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알고자 하고, 찾아서 깊이 공부하는 노력이야말로 서울대학교에서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 훈련 과정입니다.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은 이런 주도적인 심화 학습을 위한 노력을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26쪽) 

등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된 취지와 목적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느냐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 둡니다.(제 생각에는 아직 이러한 기준으로 합불이 잘 결정될 만큼 고등학교 교육이 다원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 요소를 얼마나 입학사정관들이 잘 판단할 수 있는지, 주관성은 없는지 등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고요.) 회고하자면, 제 고등 학교 생활은 결국 "왜 내가 모든 사람들이 공부하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을 공부해야 하는가. 나 자신에게 맞는 공부란 무엇일까"에 대한 몸부림이었다고도 할 수 있고, 그러한 점을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에서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러한 점이 어느 정도 인정받지 않았나 하고 추측합니다.(물론, 추측입니다.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니까요.) 서울대학교 논술이든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서울대학교 입시라는 큰 테두리에 묶일 수 있는 만큼, 서울대학교 논술도 위와 같은 맥락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제 시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위에서 이야기한 바를 토대로, 교육의 다양성, 다양화된 교육을 주장합니다. 성지출판의 자연계열 수학 교과서에 대하여 평가원이 지적한 사항에 대한 성지출판 저자측의 답변을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함수의 극한을 수열의 극한을 이용하여 엄밀하게 전개하는 것이 확실히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요구하는 서술 방식이기는 하지만, 검정 교과서라는 체제는 결국 교과서의 다양성을 살리겠다는 목적을 가진다고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함수의 극한을 수열의 극한을 이용하여 엄밀하게 전개하는 방법을 교과서에 싣는다는 겁니다. 제가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대체로 성지출판의 교과서를 추천하는 것도, 이러한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성지출판의 개념 설명이 가장 자세하고, 깊이 있으며, 보다 엄밀하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수험생을 고려하여 추천했었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수학을 한번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는 분들이나, 상위권 분들에게 이 교과서의 장점이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즉, 하위권 분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교과서는 맞지 않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성지출판의 교과서를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쓰는 글들을 살펴봐도, 고등 학교 과정과 대학교 과정 사이의 징검다리를 놓아 주는 글이나, 수학을 철저하게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글들이 많습니다. 그런 이유도,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 좁혀서 모든 고등학교 자연계열 학생이 같은 방법으로, 같은 것을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고, "각자에게 맞는 교육, 각자에게 맞는 풀이" 라는 것도 널리 퍼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이 측면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 제가 2011년 겨울에 고등 학교 생활을 끝내면서, 후배들에게 한 이야기인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지만 말고, 공부를 위한 공부도 한번 해 보라" 라던지, 종종 하곤 하는 "이 내용을 읽는 분들 모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라는 말도 그러한 맥락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각자에게 맞는 교육, 각자에게 맞는 풀이, 각자에게 맞는 점수"를 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카렌 · 278738 · 12/01/09 19:26 · MS 2018

    덧붙이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때때로 생각해 온 것의 결집이기도 합니다.

  • 리키안 · 381381 · 12/01/09 19:31 · MS 2017

    글 읽기전에 좋아요 부터.....

  • 남자1호 · 339218 · 12/01/09 19:32 · MS 2017

    나카렌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항상 그 깊이에 탄복하게 되네요.

  • 물량공급 · 311238 · 12/01/09 19:37 · MS 2009

    성지출판사라면... 수학의정석을 출판한 곳인것 같네요

  • 나카렌 · 278738 · 12/01/09 19:39 · MS 2018

    그렇습니다. 그리고 집필진 분들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면서 서울대학교 현직 교수님 두 분도 참여되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맥락이 통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 김홍종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자연계열 1학년 대부분이 쓰는 미적분학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고, 한석원의 강의에서도 언급된다고도 들은 것 같습니다.

  • 물량공급 · 311238 · 12/01/09 19:41 · MS 2009

    문명, 수학의 필하모니 저자!
    m.book.nate.com/detail.html?sbid=3319165&sBinfo=info

    재미있는 책을 쓰신분인데 교과서 참여를 했군요

  • 나카렌 · 278738 · 12/01/09 19:47 · MS 2018

    네, 저도 살펴본 적은 있지만 읽어 본 적은 아직 없네요.

    성지출판 교과서는 미적분과 통계 기본 교과서에서도 함수의 극한을 수열의 극한으로 엄밀하게 설명하는 서술을 넣어서 교과서 검정을 받고자 했는데, 평가원에서 이에 대하여 "이러이러한 부분을 수정하면 좋겠습니다."가 아니라 "이 교과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었던 적도 있죠. 생각해 보면 미통기 교과서로는 조금 지나치긴 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라던지 그런 게 조금 높은 수준의 학생을 의식하고 만들어진 느낌이 드는 교과서입니다.

  • 물량공급 · 311238 · 12/01/09 20:23 · MS 2009

    교육과정 총론같은것에는 처음배우는 학생에게 엄밀한 정의를 피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수있게가르치라고 했는데 성지출판사는 그것을넘어섯나보네요.

    기존에 물리2-단원자분자 사태처럼

    특정교과서에 교육과정을넘어서는 과도한 서술을하면 문제가 발생할수있는 소지가 있기때문에 평가원에서 인정을 안하려고 한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것말고도 교과서실구매자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것이기 때문에인것도 이유가 될것 같네요

  • 나카렌 · 278738 · 12/01/09 20:26 · MS 2018

    그런데 성지출판에서 제시하는 바로는 "수열의 극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함수의 극한을 이해한 거니 된 거 아니냐" 라던지 " '수열의 극한과 함수의 극한을 연관시켜서 이해하도록 지도한다'라는 말이 교육과정에 있지 않느냐"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문과에서는 지나치지만 이과에서는 한번 시도해도 괜찮겠다는 식.

    또는 이차곡선에서 접선을 구할 떄 D=0 으로 푸는 것도 보여주긴 하지만, 그보다 미분이 편하다면서 미분을 많이 쓴다던지... 그 외에도 정적분의 정의를 살짝 일반화시켜버린다던가, 극대, 극소의 정의라던가... 등에서 조금 다르죠. 포만한 카페에 제가 쓴 글이 있을 겁니다.

  • 도지삽니다 · 348401 · 12/01/09 19:49

    성지출판사 수학교과서 김홍종 교수님 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1/09 19:51 · MS 2018

    제가 따로 사비로 구입한 교과서이기도 하고,(저는 개정되기 전의 7차 교육 과정이니까요) 제가 주로 인용하는 교과서이기도 합니다.

  • 도지삽니다 · 348401 · 12/01/09 19:56

    지금보니 공저로 계승혁 교수님도 계시네요 ㄷㄷㄷ
    김홍종-계승혁 교수님 공저로 인문사회계를 위한 수학 배워본적이 있었는데..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족 · 374458 · 12/01/09 21:27

    미적분의 기본정리의 증명도
    여러가지가 있나요?

    제가 성지출판 교과서 증명을 익히고 있는데

    이것도 여러가지 증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1/09 21:47 · MS 2018

    우선 여러가지 살펴보고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1/09 21:50 · MS 2018

    일단은,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에 대하여 이러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참고용으로 링크 걸어둡니다. 현재 이런저런 찾아보고 있어요.

    http://orbi.kr/0001747303

  • 만족 · 374458 · 12/01/09 22:05

    감사합니다ㅋㅋ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교과서랑은 시작부분이 다르네요ㅋㅋ

  • 나카렌 · 278738 · 12/01/09 22:14 · MS 2018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교과서와 같을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살펴 보았는데, 크게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는 것은 찾기 힘드네요. 하나 있다면 적분의 평균값의 정리라는 것을 정적분의 성질만으로 증명하고, 이를 이용하여 미적분학의 기본정리를 증명하는 것이 있긴 합니다.

    아마, 도형의 경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증명이 나올 수 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는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a에서 b까지 f ' (x)의 적분이라는 것은, f ' (x_i) * ( x_(i+1) - x_i )의 무한한 합인데, 이건 다시 f ( x_(i+1) ) - f ( x_i )의 무한한 합이므로, 결국 f(b) - f(a)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증명 과정에 대한 이해와 직관적 이해가 모두 되면 좋겠지요.

    [여기서부터는 반드시 읽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극한을 이용할 때는 무한히 작거나 무한히 크다는 것은 대상의 성질이라기보다는 상태, 과정으로 파악하는데, 이렇게 하면 살짝 무한히 작은 무언가, 무한히 큰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물론 뉴턴 시절에는 이렇게들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예 무한히 작은 무언가, 무한히 큰 무언가를 도입하여 미적분을 설명하는 방법이 있고, 그 방법에서는 아마 다르게 할 것 같은데 제가 잘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 만족 · 374458 · 12/01/09 22:28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a에서 b까지 f ' (x)의 적분이라는 것은, f ' (x_i) * ( x_(i+1) - x_i )의 무한한 합인데, 이건 다시 f ( x_(i+1) ) - f ( x_i )의 무한한 합]

    이부분을 f'(x)가 기울기라는 점에서
    [f ( x_(i+1) ) - f ( x_i )]/ ( x_(i+1) - x_i )= f ' (x_i) 에서
    양변에 ( x_(i+1) - x_i )를 곱해줘서 나왔다고 이해하면 되나요??

    신기하네요 ㅋㅋ

  • 나카렌 · 278738 · 12/01/10 00:01 · MS 2018

    그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이는 김홍종 교수님의 미적분학 책의 수학사전에 있던 내용이에요. 물론 어떤 고등학교 선배가 제게 이야기해 준 것이기도 하고요.

  • 레바 · 383645 · 12/01/09 21:35

    역시 나카렌님 대단하시군요. 저는 단지 논술이 귀찮고 멘붕시킨다는 이유만으로 팽개치고 있었는데..

  • 나카렌 · 278738 · 12/01/09 21:56 · MS 2018

    오래 전부터 하던 생각들을 꾸준히 엮어 놓았던 것을 이번에 풀어 놓은 거죠.

  • 호랑. · 146108 · 12/01/09 23:01 · MS 2006

    오히려 저의 작은 글이 좋은 글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네요. 나카렌님께 감사드립니다.
    "각자에게 맞는 교육, 각자에게 맞는 풀이, 각자에게 맞는 점수" 부분이 새롭네요.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 전반에 걸쳐 어린 시절부터 '획일화'를 강요받아오는데.. 유독 '공부'에서는 그 현상이 심한 것 같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좋냐, 어떤 커리가 좋냐, 커리 평가좀 해달라, 어떤 과가 좋냐....... 저도 '어떤 풀이가 맞느냐?'라고 질문하는 입장이었으니 다를바 없었던것 같습니다. 나카렌님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1/10 00:02 · MS 2018

    저 또한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호랑.님의 좋은 글 기대할게요.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제 생각의 그물에서 중요한 단어이기도 하고, 제 입장의 중추이기도 하니까요.

  • Noun · 389266 · 12/01/10 13:36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뭐지 · 361288 · 12/01/10 14:51 · MS 2010

    좋은글입니다.^^ 물론 읽진 않았습니다.

  • 줄리엣94 · 386569 · 12/01/11 03:09 · MS 2011

    넘 멋있어요...

  • 줄리엣94 · 386569 · 12/01/11 03:26 · MS 2011

    성지출판사 교과서로 이과수학 첨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네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 나카렌 · 278738 · 12/01/12 16:40 · MS 2018

    http://www.ktbook.com/Shop/Online/BuyNotice.asp 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 줄리엣94 · 386569 · 12/01/13 13:04 · MS 2011

    나카렌님 넘우넘우 감사합니다!!!!

    근데 님 말씀대로 성지출판사 것만 사려고 하는데 수2 기벡 적통 밖에는 없어요!

    수1은 성지출판께 없네요!

    익힘책까지 모두 다 사는게 좋은가요???

    본책과 익힘책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윈드 · 339509 · 12/01/11 14:41 · MS 2010

    자비의신 나카렌!!

  • 기돌장군 · 374998 · 12/01/11 21:27

    각자의수학능력에 맞는점수를 받아야한다니.......대한민국에서참....말도안되는소리죠잉~

  • 나카렌 · 278738 · 12/01/12 23:54 · MS 2018

    사실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글을 올릴 때부터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조금 더 적어보실 수 있나요?

  • 줄리엣94 · 386569 · 12/01/13 13:06 · MS 2011

    나카렌님 말씀 듣고 저 이제 교과서로만 공부하려구요 ^^

    근데 수학말고도 과탐도 교과서로 공부하는게 좋은거죠?

    물리2도 교과서로 사려구요!

    근데 다 검정교과서인가봐요? 아..국정은 국어 국사 도덕밖에는 없는거죠? ㅋㅋㅋ

    나카렌님 도와주시어요! 이제 님만 믿고 따라갈껍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