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들에게 바치는 글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33544974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험생 여러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해마다 입시 정책이 바뀌는 건 이제 그러려니 싶은데, 올해는 코로나 크리까지 터졌군요. 덕분에 학교에 소속감을 전혀 느끼지 않은 학생들의 반수러시도 어마어마했고요. 여타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정시 지원이 카오스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데, 이때 여러분이 한 번쯤은 읽고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그리고 제가 대학교 가기 전에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내용을 몇 자 적고 싶습니다.
저도 많은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여러분보다 학교를 먼저 들어간 것에 지나지 않은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를 무릅쓰고 여러분께 주제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과거의 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읊조라는 식으로 말해보려 합니다.
이전에 쓴 글을 조금씩 가공하여 주저리주저리 적으려니 양해 부탁드리길 바랍니다.
1. 폼나는 직업은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니다 / 플랜B의 중요성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 저는 막연히 행정고시를 보거나 외교원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간지나잖아요. 직업을 갖게 된다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이왕이면 폼 나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모든 1학년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비슷한 내용으로 차있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능을 잘 봤든 못 봤든, 나중에는 로스쿨을 가거나 행시를 쳐서 사무관이 되거나 외교관이 될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한국사 교양 첫 수업 때 교수님이 임의의 새내기 3명을 지목하여 자네 꿈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세 학생이 차례로 검사 외교관 판사라고 대답했을 때 저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들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어떻게 이렇게 다 천편일률적으로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대입 자소서에도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로 채우지 않았을까. 12년간 공부를 열심히 해왔으니 앞으로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어떻게든 먹고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충격받았던 것은 새내기 때 학교 열람실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지하에 꽤 큰 규모의 열람실이 있습니다. 시험기간도 아닌데 츄리닝 차림으로 초췌한 모습을 한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고시생들이었습니다. (혹자는 CPA는 고시가 아니라며 폄하하겠지만 어쨌든 어려운 시험이므로 편의상 고시생으로 퉁치겠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내용들을 보고, 1년에 단 한 번 있는 시험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니 그것 참 힘들어보였습니다. 물론 붙었을 경우에 그만한 대가가 따라오긴 하지만, 적어도 1학년 때의 제가 생각하는 캠퍼스 라이프를 전혀 즐기지 못한 채 (고3 때 공부는 다 한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공부하는 걸 보니 숙연해졌습니다.
5급 공채(외교원 포함)의 경우 전국적으로 300명 정도가 붙습니다. 1차 접수 기준 경쟁률이 3X:1이고, 1차 시험은 대략적으로 7배수로 뽑으니 2차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1차시험을 보는 한개 고사장 중 대충 한 라인 정도 비율입니다. 2차시험을 붙은 사람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사무관이 되는 사람은 그 라인 중 한 명 정도 비율이겠네요. 나름 소싯적에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이 시험을 준비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낙방의 쓴맛을 맛본채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전공 수업을 들으러 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물론 붙은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습니다.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누군가는 시험에 붙는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취직 걱정을 할 때 고시 합격한 친구들은 꽤 폼나는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도 떨어질 경우에는 꽤나 암담해집니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는요. ''특히 요즘같은 시대''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나중에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뻘글 쓰려니까 자꾸 중언부언하게 되네요. 요는, 한번쯤은 공부해서 시험치는 것을 제외한 플랜B에 대해서도 생각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험 공부 열심히 해서 전문직 하는 것 말고, 본인이 이걸 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잘 하는 것을 한 번 찾아보시고, 정말 즐길 수 있는 것을 한번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학부 4년 + 군대 2년 동안 이거 하나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p.s ^꼰^ 이나 ^틀^ 소리 들을 거 각오하고 올린 겁니다. 사실 제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해서 남 앞에서 제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입시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번쯤이라도 누군가가 이걸 읽고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뻘글이라도 올릴 생각입니다.
기타 질문도 환영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래도 혀녁정시 성대면 ㅅㅌㅊ 맞죠?? 26수능 설경제 딱대
-
줘요
-
근데 팩트는 4
고작 저런일쯤이야 12년 국제학교 쳐다닌 금수저 빡통 검머외들에겐 일상이란거임...
-
뱃지 진짜 빨리오네 12
-
건대 조발 3
입학처 사이트에 배너 하나 없어졌던데 기대해도 되는거냐?
-
원래 20시간씩 누워있는데 어젠 14시간밖에 못 누웠어요
-
691까지 뚫린 연정외는 컷이 701이었고, 688까지 뚫린 연사회는 696,...
-
화교나 농어촌 기균 이런거 싹다 폐지하고 정시일반이랑 수시일반 이렇게 두개 50...
-
이과는 ㅅㅂ 올해 곡소리 나겠네 예비 안돌고 돌아가는 판보니 이과는 빵 얘기도 없는데
-
ㅅ발!!!!!!
-
히트다히트
-
월 일클 예습,문학론 인강 화 일클 예습,교육청 모고 시간재고 풀기 수 일클...
-
그냥 시대적 흐름이 그래서 붙은거임 불장에 뭐라도 사면 오르듯이 작년 연대를 예로...
-
530이면 올4~5가 고대 뚫는거고?
-
중앙 수학 중앙 물리 중앙 전전 수학 예비받고 떨 나머지 광탈인데 폭난게 맞았음?...
-
레어사세요 레어사세요 16
레어사세요 레어사세요레어사세요 레어사세요레어사세요 레어사세요레어사세요...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작수 86점이고 계속 2등급 중반 받음 (쉬우면 1) 영어 완전 안정1 받고싶은디...
-
고심리 어케됨? 고경 경제도 다 빵인가 ㄹㅇ
-
우리도 군 없이 6장 쓰게 해주면 안됨? 수시는 왜 6장이고 정시는 3장임
-
담배말린다 2
예비1....
-
장수생 드디어 학교간다 40
높공 최초합이네 이게 점공 정원수 꼴등이 였는데 .
-
공부 후기를 올리거나 일상을 올리거나...그러겠죠? @pota_to_ggang 본계...
-
이제 꽃길만 걸으시길 ㅎㅎㅎ 반수하겠지만 ㅋㅋ;;
-
300만덕에.
-
정말 휴릅하고 올게요 14
이거 너무 많이 해서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느낌 이제는 좀 쉬고 올 타이밍이...
-
서성한까지 작년에 이과가 문과 정원 과반 이상을 먹었는데 여태까지가 이상할정도로 방치된거
-
심적으로는 많이 괴롭다. 고대도 연대도 지금 내 점수로 다 붙을 수 있다는게...
-
올해 개쳐망한 내가 617이네 ㅋㅋㅋ
-
ㅈㄱㄴ
-
심리는 레전드고...ㅋㅋ
-
카데바전형으로 합격 성공했습니다 ㅠㅠㅠㅠ 감격스럽네요 ㅠㅠㅠㅠㅠㅠ
-
일단 팩트 체크도 안하고 욕하고 조리돌림하고.. 그러고나서 아님 말고~ 식이라는둥..
-
경희대 장학 1
신입생 장학 몇등까지 주는지 아시는 분
-
경희대학교 수학과에서 25학번 아기사자를 찾습니다! 1
안녕하세요. 제 20대 경희대학교 수학과 학생회 '휴게소' 입니다! 먼저 경희대학교...
-
누군 컨설팅받고 10
3떨하는데 누군 우주스나쓰고 붙으면 너무 슬프겠다
-
고대 개새기야 1
학우 떨 계적 떨 논술 떨 정시 떨 원서비 개새기야 ㅠㅠ ㄷ
-
거진 3주 만에 투데이 500 찍겠네
-
대학서열 정리 2
서연건 중경시동 고외홍
-
수학노베인데요 0
정승제 수학중학특강 듣고 수꼭필도 풀어야하나요?
-
큐브마스터 0
승인 오래걸리나요
-
오늘도 자신있게 아즈앗!!!
-
입결상 서성한이 연고 따거나 비슷하려나요?
-
입시영역은 운빨 0
역시
-
리로직 언제 0
.
-
??
-
4낙찰 ㅅㅅ 3
-
상황 요약좀 2
뭔데 뭐야
맞는말씀,,근데 솔직히 모르겠음 내가 정말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고, 흥미있는 분야? 돈 좀 못벌더라도,수입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사회적 지위 좀 낮더라도 이런거 다 감안하고서라도 뛰어들수 있는 직업? 전 못찾겠네요. 그래서 공익근무하면서 cpa준비도 병행해볼 생각입니다. 뭘 하던지 힘들지만 전문성이 없으면 더 힘들다고 생각하니깐요.
cpa 응원합니다!
정말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문과 재수생으로서 지거국 행정학과 면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더 뒤쳐진 위치라고 항상 자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꿈은 행정학과 교수입니다.. 고교 3년동안 무시도 많이 당하고, 스스로 좌절할 때도 많았습니다.. 올해 대학을 합격하게 된다면 세상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제대로 직시하고 싶습니다.
존버는 승리합니다.
작성자님은 진로를 결정하셨나요? 아직인가요?
일단은 지금 당장 돈 버는 쪽으로는 안 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