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문법이 쉬워진다 - 선생님들이 1등급을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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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교사입니다.
현직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근무 학교와 실명을 밝히는 것은 부담스러워 앞으로는 닉네임 '강교사'로 칼럼을 올리고자 합니다.
지난 번에 쓰던 출제 양상 연구는.... 분량이 워낙에 긴 글인데 요즘 일이 바쁘다 보니 쓸 시간이 안 나더군요.
틈틈이 작성 중이니 완성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orbi.kr/00037265044 (현직 국어 교사가 쓰는 6월 모의고사 대비 방안 연구)
https://orbi.kr/00037393692 (수능 국어 문학 출제 양상과 전망 연구(1))
https://orbi.kr/00037405554 (수능 국어 문학 출제 양상과 전망 연구(2) - 고전시가)
오늘의 주제는 '언어와 매체'입니다. 그 중에서도 '언어'에 대해서 다뤄볼 것인데요, 제가 앞으로 올릴 칼럼은 '언어', 즉 문법에 관한 칼럼이 많을 것입니다. 너무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본기 위주의 꼭 알아야 할 내용들만 라이트하게 정리하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2학년도 수능부터 개편되는 선택형 수능에 따라 언어와 매체 교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이 높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습자들이 많다는 점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개인적으로는 문법 영역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문법은 어렵습니다.
저처럼 문법을 전 영역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문법은 꽤나 어려운 영역으로 여러분들의 인식에 들어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법은 한번 숙달되면 여러분이 가질 수 있는 최강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칼럼으로 쓸까 했는데,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수능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요?
네, 대부분의 경우에 1등급을 받을 것입니다. 만점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9 수능같은 경우는 어려울 수도 있겠군요.
그 이유는 학교 선생님들은 국어를 전공했기 때문입니다. 수능에서 나오는 지문형 문법 문제? 어차피 임용 준비하면서 전공책에서 지겹게 봤던 내용들입니다. 문학 작품의 경우에 현대 문학은 워낙에 표본이 많아 모르는 작품이 등장할 수 있지만 고전 문학의 경우에는 임용 공부하면서 어차피 대부분은 봤던 작품들입니다. 이미 갈래별 특징까지 다 알고 있어서 정답 맞추는 건 일도 아닙니다.
문법은 교사 입장에서는 5분컷이 기본입니다. 문법과 문학에서 시간을 줄이고 수 많은 전공서적, 논문을 읽어온 독해력과 넘치는 시간으로 독서 영역을 해결하기 때문에 1등급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문법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선생님들이 당연히 갖추고 있는 기본기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오늘, 딱 한 시간만 투자해보세요. 문법이 쉬워질 겁니다.
평가원이든 교육청이든, 문법 영역을 출제할 때 당연히 '이것'을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문제를 냅니다.
근데 여러분들은 이것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헤멥니다. 틀리진 않겠지만, 헤멥니다.
'문장 성분'
네, 우리가 흔히 주어, 서술어 등등 이렇게 이야기하죠? 그겁니다.
학습자 여러분이 문장을 봤을 때, 문장 성분 분석을 아주 빠르고 완벽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되면 문법 문제가 만만해집니다.
먼저, 문장이란 뭘까요? 그 정의가 논의의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드러나며 의미상으로 완결된 형태를 문장이라 합니다.
여기서 문장 성분이란 그 녀석이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반장, 부반장, 대의원, 서기, 이런 것이죠. 기본적으로 띄어쓰기 단위에 따라 분석합니다.
먼저 주성분을 봅시다. 얘네는 필수입니다. 없으면 문장의 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주어는 '무엇이 어찌하다', '무엇이 어떠하다'와 같은 문장에서 '무엇이'에 해당합니다.
서술어는 '어찌하다, 어떠하다, 무엇이다'와 같은 것이죠. 쉽게 생각해볼까요?
서술어는 동사, 형용사, '-이다'면 됩니다. 주어는 그걸 하는 녀석이거나 형용사라면 그 속성을 가진 녀석이 되겠죠.
목적어와 보어는 서술어에 따라 필수적인 친구들입니다. 목적어는 그냥 뒤에 '를' 붙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어'는 조금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영어의 보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거든요.
여러분, 이거 꼭 기억하세요. 보어는요, 한국어에서 오직 '되다'와 '아니다'가 있을 때에만 쓰입니다.1)
그는 야구선수가 되었다.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 '그는'이 주어가 될 것이고, '되었다'가 서술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서술어에 '되다'가 나왔으니 앞에 나온 '야구선수가'가 보어가 되는 것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이걸로 낚시를 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코끼리는 코가 길다.
이 문장은 안긴 문장을 괄호쳤을 때, '코끼리는 (코가 길다)'로 서술절을 안은 문장입니다. '그는 야구선수가 되었다'라는 문장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수능, 학평에서 '야구선수가'를 서술절의 주어로 인식하도록 함정을 파죠.
안긴 문장을 괄호친다면 마치, '그는 (야구선수가 되었다)'로 분석하도록 말이죠.
그래서 '되다', '아니다'가 나오면 자동반사로 보어를 찾으셔야 합니다.
그 다음은 부속성분입니다. 얘네는 없어도 됩니다. 없어도 된다고 말은 하지만 없으면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얘네는 '관형어'와 '부사어'로 나뉩니다. 품사를 배울 때, '체언'을 꾸미면 관형사라고 했었고 '용언'이나 문장 전체를 꾸미면 부사라고 배웠을 겁니다.
문장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사 비스무리한 거 꾸미면 관형어, 나머지는 그냥 부사어라고 후려치셔도 상관 없습니다.
부사어의 범주는 꽤 넓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은 문장 성분 분석할 때 이 순서로 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입니다. '얘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거야?'를 따지시면 쉽게 보일 겁니다.
1. 서술어
2. 주어
3. 목적어 or 보어 (서술어에 따라서 찾으시면 됩니다. '되다'가 있으면 보어를 찾아야겠죠.)
4. 관형어
5. 부사어
4까지 찾으시면 그냥 나머지는 다 부사어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죠? 쉽게 한번 가봅시다.
그는 어제 집에서 혼자 맛있는 치킨을 뜯었다
서술어를 먼저 찾아봅시다. 뜯었대요.
그 다음은? 주어를 찾아봅시다. 누가 뜯었나요? 그가 뜯었대요.
그 다음은? 뭘 뜯었대요? 아, 목적어 '치킨'을 뜯었군요. '를' 붙으면 그냥 목적어에요.
근데 무슨 치킨인가요? '맛있는' 치킨이라는군요. 명사를 꾸미고 있으니 관형어입니다.2)
나머지는? 다 부사어입니다.
한번 이 문장들을 분석해보세요.
1. 우리는 옛날의 그를 천재로 여긴다.
2. 오늘의 급식은 정말 맛있었다.
3.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군.
4.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상관없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5. 나는 집에 일찍 가서 깊은 잠을 잤다.
문장 성분 분석은 문법의 가장 기본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안 되면 문법 문제를 볼 때 상당히 막막한 느낌이 들고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문장 성분을 잘 분석할줄 알게 되면 수능에 아주 잘 나오는 안긴문장, 안은문장 고난도 문제를 풀 피지컬이 생기게 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문장 성분과 품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작년 수능 11번에서 의문사 당한 이유를 고찰하겠습니다.
그리고 21수능 11번 의문사 사건을 다루고 나서 품사, 그 중에서 '관형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관형사가 정말 말썽이 심한 녀석이라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팔로우 하시면 아마 제 글 알림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습자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사실은 '되다'와 '아니다'가 아닌 경우에도 보어는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학교문법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민수는 가수가 틀림없다'라는 문장에서는 '가수가'를 보어로 분석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죠. 학교문법에서는 이를 그냥 부사어로 보는 흐름입니다.
2) '맛있는'을 '치킨이 맛있다'라는 문장이 안겨있는 것으로 본다면 관형절의 서술어가 될 수 있습니다. 단, 문장 전체를 보았을 때 '맛있는'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고 한다면 당연히 관형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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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형 전성어미’-기’에 부사격조사 ‘에’로 보는 견해는 없나요...?ㅠㅠ
~하기에 ~했다
'-기에'는 기본적으로는 원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입니다. '그는 그만큼 열심히 했기에 더 아쉬워했다'라는 문장을 보면 '-기에'가 원인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학교문법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문장을 다루는 용례는 없지만 일단은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두 절이 이어져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통 문법에서는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을 부사절을 안은 문장으로 보는 견해가 오히려 다수입니다. 그래서 전통 문법에서는 학교문법에서 종속적 연결 어미로 처리하던 '-기에'를 부사형 어미로 다룹니다. 학습자님의 말대로 이 '-기에'가 명사형 어미와 부사격 조사의 결합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습니다만 '-기 때문에'와 어느 정도 의미가 통하는바 명사형 어미와 부사격 조사의 결합에서 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적인 관점에서 '-기에'를 이미 단일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을 분석하여 사용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또한 불명이기 때문에 학교 문법에서는 연결어미, 전통 문법에서는 부사형 어미로 다룹니다. 명사형 어미 '-기'와 부사격 조사 '-에'의 결합일 '가능성'은 있지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근거는 다소 빈약한 면이 있습니다.
객체 높임의 부사격 조사 '-께'도 사실은 15세기에 조사 'ㅅ'과 명사 '긔'와 조사 '에'가 결합해서 온 것임에도 오늘날의 한국어 화자들은 그것을 전혀 분석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자세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설명해주시는 걸 천천히 읽어보았는데 정말 온라인 가나다랑 구별이 안됐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선생님 제가 문법을 하면서 제일 취약한 부분을 정리해보았는데, (양이 조금 많아서 간략한 조언만이라도) 도움을 받고 싶어 질문을 남깁니다.
1. 본용언과 보조용언
해당 부분을 공부해봤을 때, 둘을 구분하거나 합성어간 등에서 띄어쓰기는 어렵지 않으나 '보조용언의 품사' 를 결정하는 부분에서 헤맵니다. 어쩔 때는 문장에 따라 본 용언의 품사를 따라가기도 하고, 보조용언이 자체적으로 품사를 확정적으로 가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런 경우 지문이나 사전 일부를 제시해주는 부분을 따라야만 하는건지, 어떤 보조용언의 품사를 결정하는 규칙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2. 품사의 통용
저는 원래 통용을 '다의어'라는 전제로 접근을 해왔습니다. 통용을 해석할 때, 하나의 단어가 여러 품사로 두루 쓰인다는 점으로 볼 때, 동음이의어는 사실상 다른 단어이므로, 발음만 같은 (서로 다른) 두 단어가 다른 품사를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의미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여기서 제 한계점이 드러났습니다. '이, 그, 저' 는 보통 지시관형사로 알고 있었고, 또 다른 뜻으로 지시 대명사가 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를 다의어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통용을 구분하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다의어라는 사전 내용을 제시해줄지가 의문입니다)
3. 관형사형 전성어미(시제)와 동사 형용사
이 부분은 관형사형 전성어미의 시제 쓰임이 동사와 형용사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외우는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해야하는데, 자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하여 논문도 찾아보고 서적도 참고해봤는데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ㅠ
위 3가지가 제가 문법공부하면서 조금이라도 헷갈린 부분들의 개념입니다. 해당 부분에서 선생님께 도움을 구하고 싶습니다. 고견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글 매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1. 보조 용언 중 보조 동사와 보조 형용사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됩니다. 사실 수능 국어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입장이라면 굳이 이것에 대해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학습자님께서 어려워 하시는 부분이라고 하니 일단 알려드리겠습니다. 대개는 본용언의 품사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조 용언 '하다'를 살펴봅시다. '산이 높기는 하다', '많이 먹기는 한다'를 살펴보면 각각 본용언의 품사를 고려하였을 때, 전자는 보조 형용사, 후자는 보조 동사입니다. 주목할 점은 후자의 '하다'에 '-ㄴ-'이 들어가있다는 점입니다. 눈치 채셨나요? 보조 동사와 보조 형용사도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법을 따르게 됩니다. 현재형 어미의 결합 가능성 유무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용언의 품사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이기는 하나 다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의 경우에 본용언은 동사이지만 '싶다'는 보조 형용사입니다. 학습자님께서 말씀하신 '품사를 결정하는 규칙'이 따로 있는 경우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싶다'는 본용언이 무엇이 되었든 주체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므로 모든 경우에 형용사가 됩니다. '-아 있다'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앉아 있다'의 경우에는 '상태의 지속'이므로 본용언이 동사임에도 불구하고 보조 형용사가 쓰인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조 동사와 보조 형용사의 구분은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방법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형 어미 '-ㄴ-'의 결합 가능성을 따져보면 웬만한 경우에는 거의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본용언의 품사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맞으나 아닌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하므로 신경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싶다, -아 있다'와 같은 경우는 고정적으로 보조 형용사이긴 하지만 방금 제시했던 방법대로 현재형 어미의 결합 가능성을 따져보면 쉽게 구분이 되므로 굳이 외워두거나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단, 학자에 따라 아주 세부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공통적으로 이견이 없을 법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이 길어질 것 같아 따로따로 작성하겠습니다. 저도 수업이 있어 각각의 답변이 시간이 조금 걸리겠습니다.
2. 품사 통용에 대한 말씀이신데, 정확하게 어떤 것에 대한 질문인지 파악이 어렵군요. 어떤 단어가 품사 통용인지 아닌지 잘 구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신 것 같아 그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품사 통용은 다의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사 통용이든 다의어든 다를바가 없긴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의미 특성'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가령, '오늘이 5월 24일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두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전자의 '오늘'은 명사이고, 후자의 '오늘'은 부사입니다. 두 '오늘'이 모두 시간 표현이라는 의미 특성과 관련되어 같은 단어가 다른 품사로 나타나는 것이죠.
자기가 먹을 만큼 덜어라
나도 철수만큼 잘할 수 있다.
이 문장들을 볼까요. 각각 명사와 조사로 사용된 예시입니다. 이는 동음이의어가 아닌 다의어, 즉 품사 통용이 확인되는 단어입니다. 그 이유는 '어떤 정도'를 나타내는 공통된 의미 특성을 바탕을 갖고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핵심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공통된 의미특성을 가진 단어가 다른 품사로 쓰였을 때 이것을 품사 통용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학습자님께서 말씀하신 '이, 그, 저' 역시 '지시'라는 의미특성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다의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자주 출제되는 양상은 아닙니다만 품사 통용을 구분하라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조금이라도 의미 특성을 엮을만한 껀덕지가 있는지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동음이의어는 정말 조금도 엮을만한 껀덕지가 없습니다만, 다의어는 통용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뜻이 꽤 멀어지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겹치는 의미 특성이 있습니다. (애초에 그 정도로 멀어지는 단어는 출제될 수 없긴 합니다.)
요약하자면 공통된 의미 특성이 확인되면 품사 통용이 맞다는 뜻입니다.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추가적으로 질문해주세요.
3. 관형사형 어미의 품사에 따라 달라지는 시제 표현의 양상과 자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에 대하여 질문하셨습니다. 먼저, 지금 설명하고 있는 품사론의 내용을 비롯하여 문법 전 영역을 관통하는 법칙이 있습니다. 문법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규칙이기 때문에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단어에 통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시'를 한두개만 생각해두고 있으면 모든 단어에 확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1) 먼저, 관형사형 어미는 쉽게 말해서 '뒷말을 꾸며주는 형태의'라는 의미를 가진 겁니다. 예를 들어서 동사 '먹다'와 형용사 '예쁘다'를 통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먹다'와 '예쁘다'가 각각 뒷말을 꾸미도록 만들어보세요.
먹다 밥 예쁘다 사람
'먹다'의 경우에는 먹는, 먹은, 먹을, 먹던 정도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쁘다'는 예쁜, 예쁘던, 예쁠 정도가 가능할 것 같군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먹는 밥 예쁜 사람
먹은 밥 예쁘던 사람
먹을 밥 예쁠 사람
먹던 밥
이제 의미를 살펴봅시다. '먹은 밥'이라면 이미 먹어버린 밥을 의미할테니 과거일 겁니다. '예쁜 사람'이라면 지금 예쁜 상태인 것 같으니 현재 시제겠죠. 책에 있는 대로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관형사형 전성어미는 동사에선 '-는-', 형용사에선 '-ㄴ', 현재 시제는 ... '이라고 외우는 것은 너무 어렵고 비효율적입니다. 제가 방금 제시한 '먹다', '예쁘다'를 기준으로 직접 활용해보세요. 외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에서 학습자님이 정보를 추출해내는 겁니다. 그 단어에서 추출한 정보는 다른 단어에도 다 통하는 정보이기 때문이죠.
2) 자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아마 학습자님께서는 동사와 형용사를 동작과 상태라는 의미 특성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의미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이 모호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제가 질문 1의 답변에서 동사는 현재형 어미 '-ㄴ-', '-는-'이 결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은 첫째로 현재형 어미의 결합 가능성을 따지셔야 합니다. '먹다'는 '먹는다'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예쁘다'는 '예쁜다'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자동사 '떠오르다'는 '떠오른다'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동사이기 때문이죠. 그밖에 명령, 청유, 진행형의 가능성도 따질 수 있지만 현재형 어미만으로도 충분히 판별이 가능합니다. 의미 특성으로 판별하는 것은 오답을 낼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늙다'라는 단어는 나이가 든 상태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여 마치 형용사처럼 보입니다. 학습자님께서 어려워하는 것이 이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늙다'는 현재형 어미 '-는-'이 결합하여 '늙는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동사입니다. 품사를 따질 때 의미만을 중시해서는 안되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단어는 그 '형태'도 중요합니다.
현재형 어미 '-ㄴ-', '-는-'을 넣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의미 특성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것은 전공자가 아닌 레벨에서는 굉장히 리스크가 큰 방법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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