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6번 (정약용) 분석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40218107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6번 (정약용).pdf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6번 (정약용)
이상(理想) 도덕·윤리 연구소
소장 임재섭
이 문제 자체는 풀기 쉬운 편이나, <보기> ㄹ의 정확한 출제 의도를 여러분께 전달해 드리기 위해 이렇게 분석해 봅니다. 바쁘신 분, 정약용에 대한 기초 개념이 완성되신 분들은 ㄹ 해설만 보셔도 괜찮습니다.
지문 읽기
사람이 태아로 있을 때 하늘이 그에게 영명(靈明)하며 무형(無形)한 체(體)를 부여하였다. 이것은 선을 즐거워하고 악을 미워하며 덕을 좋아하고 욕됨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니 이것을 성(性)이라 말한다.
선·덕을 좋아하고 악·욕됨을 싫어하는 영지(靈知)의 기호를 인간이 본성으로 타고난다는 정약용의 주장입니다.
하늘이 나에게 성을 부여할 때 덕을 좋아하는 감정과 선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주었다.
하늘(상제)이 인간에게 영지의 기호라는 성을 부여할 때, 덕을 좋아하는 감정인 사단(四端)과 선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인 자주지권(自主之權)을 함께 주었습니다.
이 성은 비록 나에게 주어져 있지만 그 근본은 하늘의 명령[天命]이다.
기호로서의 성이 인간 안에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근원은 인간 바깥에 있는 상제이며, 인간에게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기호가 성으로 담겨 있는 것은 선을 추구하고 악을 멀리하라는 상제의 명령입니다.
ㄱ. 인간은 사덕(四德)을 실천함으로써 사단을 이룰 수 있다. (×)
인과 관계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사단을 실천함으로써 사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사덕의 형성 자체가 사단의 반복적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또 사덕이라는 것이 사단과 별개로 혼자 실천되어 사단을 사후적으로, 인과적으로 촉발할 수는 없습니다. 정약용의 입장에서 사덕이란 사단을 아주 잘 내면화한 인격자의 품격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사덕의 실천은 본질적으로 사단의 실천입니다(당연하지만, 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덕을 실천함‘으로써’ 사단을 이루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단을 실천함‘으로써’ 사덕이 형성되고, 사단을 실천함‘으로써’ 사덕이 실천되는 것입니다.
ㄴ. 인간은 악을 싫어하는 기호(嗜好)의 본성도 지니고 있다. (○)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몸의 욕구를 좇는 형구(形軀)의 기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동물들과는 다르게,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지의 기호입니다. 이것은 지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선을 즐거워하고 악을 미워하며 덕을 좋아하고 욕됨을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ㄷ. 인간은 도덕적 선택을 통해 자유 의지[自主之權]를 형성한다. (×)
인간은 자유 의지(자주지권)를 후천적으로 형성할 수 없고, 지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하늘로부터 타고납니다. 선지와 반대로 인간은 자유 의지를 통해 도덕적 선택을 해 나가며 삶을 영위합니다.
ㄹ. 인간의 선행은 자신의 공적이 되고, 악행은 자신의 죄가 된다. (○)
사실 우리의 도덕적 직관상 아주 당연한 소리입니다. 유교적 사고방식으로도 아주 당연한 소리이고요. 정약용이 유학자라는 점에서 여기까지의 사고만으로 ㄹ이 옳은 선지라고 판단하는 것도 꼭 못 할 풀이는 아닙니다만, 빈틈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직관과 시대적 흐름에 호소하는 것은 논리적 설명이 될 수 없으니까요.
하늘은 사람에게 자신이 주재하는 저울을 주어서 그가 선을 하고자 하면 선을 하고 악을 저지르고자 하면 악을 하게 하여, 선악을 하려는 방향이 변하여 고정되지 않게 하였다. 그 저울질은 자기에게 있으니 본능[定心]만을 가진 금수와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선을 하면 실제 나의 공이 되고, 악을 저지르면 실제 나의 죄가 된다.
- 정약용, 『맹자요의』, 정원재 역 -
하늘이 영지(靈知)를 부여하매 재(才)도 있고, 세(勢)도 있고, 성(性)도 있다. 재(才)라는 것은 그 능력이요, 그 권형(權衡)이다. 기린은 착한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착한 것이 공이 되지 않고, 시랑(豺狼)은 악한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악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그 재(才)가 착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는데, 능력은 자력(自力)에 달려 있고 권형(權衡)은 자주(自主)에 달려 있기 때문에 착하면 그를 칭찬하고, 악하면 그를 꾸짖는다.
- 정약용, 『매씨서평』, 이지형 역 -
정약용의 입장에서, 선행이 자신의 공적[功]이 되고 악행이 자신의 죄(罪)가 되는 것은 인간의 자주지권 때문입니다. 선이든 악이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상제가 인간에게 하사했기 때문에, 선을 행하는 것도 악을 행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모두 자기 몫이 되고, 따라서 선행은 공적으로 악행은 죄로 이어지게 됩니다.
한편 기린, 시랑(승냥이와 이리)과 같은 인간 외 동물들에게는 자주지권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단지 형구의 기호에 따라, 종(種)마다 정해진 경향성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한 행동이 아닌데 그것을 두고 공적이다, 죄이다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정약용의 입장에서, 선행이 자신의 공적이 되고 악행이 자신의 죄가 되는 것은 인간에게 고유한 현상입니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소개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는 최근 수능에 대한 감각과 교과 지식이 충분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윤리 전공자와 타과 전공자를 아우르고 있어 균형 잡힌 시각에서 모의고사를 제작한다. 수험생분들의 수능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류 없는 문제, 쉽지 않은 문제, 깔끔한 문제를 지향한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연구원
- 임재섭 서울대학교 철학과
- 강승철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 김성민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 박세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 박정민 건국대학교 철학과
- 여지선 동국대학교 철학과
- 임재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 조민준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약력
2021년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Éthique Fatale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출간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런데 어떻게?
-
누구는 딸깍마라탕후루엽떡꿔바로우 먹고 살 안 찌는데 난...
-
3단원까지는 '몇 세기 말, 몇 세기 중엽, 몇 세기 초'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
마라탕 0단계맛 서바
-
걍 정시에서만 좀 역차별적인 요소들 없애줬으면 좋겠음 취지는 좋은데 그걸...
-
막상 오고나니까 딱히 안하게 돼
-
[KBS 광주] [앵커]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던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
혜윰 결제완료 1
잘 부탁드립니다 . 작년에 “3점 풀다 막힌 지인선” 이라는 닉을 달고 이상한...
-
자꾸 뭐해먹고 살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력이 떨어짐 재수선택한건 높은 학교 가고...
-
EBS 국어 배경지식 초압축 요약집(수특, 수완편) 0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제 수능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이...
-
세특 의학 연구로 도배해야겠어요 의사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
그래서 어느 윤리 강사의 오개념 뭐시기는 정리 됨? 1
강사 누구고 뭐가 틀린 건지 안 알려줘서 답답했었는데 아직도 정리 안됨?
-
생존 불가
-
정부사람들이 끼는 뱃지 그 금색?? 같은 국회뱃지라고하나 되게 젠틀하게 멀끔하게...
-
있나요? 수학이요
-
수2 Ex 문제 많이 어렵나요? 드릴 마지막 번호대, 이해원 배터리4 정도 될까요
-
부 활 7
-
왜 벌써 배고프고 힘이없고 뒤질거같지??
-
각 대학에서 교육부에 신고한 자료 기준이라고 하니 주관이 없는 입시결과 데이터...
-
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를...
-
존재 가능함?
-
성적 되면 닥치고 메디컬 갈 거에요 개원 안하고 연구도 하고 싶어요
-
성장이 정체된것이 문제라고 생각함 뭐 일부 특권층이 좌지우지하는 그런 일종의...
-
톡 150개씩 받는데 그래서 알림 꺼둔것도 있기도 한데 님들의 의견을 듣고싶네요...
-
수학 실모 3
2~3등급 과외생 실모로 킬캠 빡모 히카 해모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올해 난이도가...
-
미친개념 수1 수2 절반 남은거 끝내고 25/24/23/22 6,9수능 기출...
-
씹새끼들 진작 이럴것이지
-
불법의료행위 할 거에요 뉴스에 나오면 저인 줄 아시길
-
유독 쓸쓸한 날이네요. 고전소설에서 보기만 한 상사병이 이건가 싶고 내년부터는 다시...
-
뉴분감 하고 수능전에 풀 N제 딱 한권만 추천해주세용ㅜㅜㅜ
-
못다니겠는데 도저히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 있는게 집에서 게임하는거랑 인방같은거...
-
1,2,3 회차 48 47 45
-
현재 하고있는거 국어 모고 (사설, ebs) 풀이 분석 수완 문학 신영균T강의+복습...
-
더는 여한이 없구나 검정고시 만점 나형사탐 3합6 한의 <<<여러번 언급했지만...
-
(서연고) 서성한 중경시 건동홍 +디지유 엄.. 하지만 말만 다들 올려치기 해주시고...
-
지1지2 장점 1
남들 탐구 시작하자마자 무다무다무다 하면서 허겁지겁 풀때 나혼자 도닦는 선인마냥...
-
진짜뭐지
-
깔개 8
나를 밟고 올라가!
-
2회치는 계산 벅벅 위주인듯 어렵더라도 강k가 더 낫다
-
백분위만 반영하는 대학은 내신처럼 다시 갖다 쓰게 해줘야 된다고 생각함 ㅠ
-
수능도 점수 그대로 여러번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니까 다른건 다 학력격차방패 들...
-
철저히 1학년 관점이긴 한데 일단 입학하고 학교 좀 다녀보니까 저절로 알게되었다..
-
저메추 4
갈비짬뽕 드세요
-
뭐였더라 눈 떠보니 휴학을 했고 눈 떠보니 반수중
-
맛있는거 먹고싶다 24
맛있는거 추천좀
-
대충 2학년까지 배운 사람 기준으로 기초인 교향이었음 그래서 매우 힘들었다는.....
-
난이도 히카랑 비교했을때 어떤가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