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lple한 [438436] · MS 2012 · 쪽지

2013-12-16 10:59:17
조회수 4,096

orbi펌) 건축을 하려는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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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 고딩시절 자주 들락거렸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심코 클릭질하다 다시 들어온 김에 갑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을 부끄럽지만 쓰게되었습니다.

 

학습이나 입시에 관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ㅋ 세월이 많이 흘러서요 요새는 서울대건축같은 경우는 아예정시가 없어진 것으로 아는데,, 입시등에 대해서는 제가 워낙 옛날사람이라 잘 모르겠군요.

 

건축에 대해서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건축을 전공하지 말라고 ‘강력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해라.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해라. 이런 얘기는 사실 건축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유혹이나 다름없는 말입니다. 고등학교때 가진 꿈은 정말 귀중하게 생각하는 심리들이 다들 있을텐데 
당연히 하고 싶으실 테고, 재능이야 건축재능이 뭔지 모르니까 학창시절에 인문학 서적 한두권 봤다. 건축잡지 봤다. 책에다 낙서도 해봤다. 
따라서 나는 뭔가 예술적인것에 약간 비교우위가 있다. 재능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로 비약되기가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중요한건 하고싶은게 아니라 ‘할 수 있느냐’라는 겁니다.

 

우리 다들 상위권인 오르비 친구들이고 다들 나중에 사회에서 크게 쓰일 분들이지만

하고싶다고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이제와서 류현진같은 야구선수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건 아니죠. 보나마나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게 될겁니다.

 

그렇다면 건축을 할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 일까요?

 

이번에 연예인 엄모씨와 연인관계가 된 한 건축가(네이버 뉴스에 한때 잔뜩 나왔죠)가 단적으로 건축을 누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분은 30대 초반에 현재 수십억대 자산가입니다.

 

건축이라는 산업특성상 국내최고의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건축설계에서는 월급 250을 넘는 곳이 드물고
(일반적으로는 130~200 당연히 서울대,홍대출신 이야기입니다. 지방대에서는 야예 취직이 과탑만 가능한 것이 현실) 
건설사라고 해도 300 극초반대의 월급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연 수십억을 모으는 것이 가능할까요?

 

거기다 이분은 스카이중에 한 대학을 나오셨지만 유학은 전문대급의 유학을 다녀오셨고 실제로 건물을 지으신다기 보다는 여행등으로 소일거리를 주로 해오신 분입니다. 
거기다 중요한건 건축사라이센스조차 없이 면허를 대여하여 본인의 건물을 몇 개 지으셨죠.

 

그리고 첫건물이 된 서울에 있는 모빌딩은 어머님이 직접 클라이언트가 되어 짓게 된 건물입니다.

 

네 이제 어느정도 눈치채셨으리라 봅니다만

건축에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돈입니다.

 

5년제라 1년더 손해를 보는데다가 학부시절에도 재료값등으로 남들보다 용돈을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더 써야하고 유학을 다녀오려면 대개 3억가까운 돈이 필요로 합니다
.(오르비라 국비장학등을 받을거라고 자신하시는 분들 있을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건축에는 국비장학이 거의 지원되지 않습니다. 또한 지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B급 대학들이 많아요.)

 

오랜 교육을 거치고 마이너스가 될대로 된 상태로 귀국 하면 세계최고의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와서 당연한 듯이 월급 200대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기계, 전기등 다른 공대라면 MIT출신 연봉이 어떨까요?)

거기다 업무강도는 최상이고 그 업무라는 것이 소장님이 그린 스케치를 보고 캐드로 도면을 쳐주는 일에 지나지 않아요.

 

아직 학생이라 가정에 크게 비중을 둬서 생각하지 않으시겠지만,, 솔직히 결혼을 언제하게 될지 부모님께 용돈 십만원이라도 드리는 것이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면 독립은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건축사자격증을 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딴다고 해도

아까 위에서 보셨듯이 부모님 돈 많으신 분들이 엄청난 유학학벌을 따온뒤에 부모님돈으로 개업하고 부모님 인맥으로 건물을 수주한뒤에 가난한 건축사들의 면허를 빌려 개업하고 잡지나 매스컴을 타는 것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뜰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건축계가 워낙 빈곤하기에 건축잡지에 실릴때도 보통 자신의 취재료를 받는게 아니라 돈줘가며 자기의 건물에 대해 홍보하는게 현실이에요.

 

어찌저찌 해서 간신히 사무실을 굴린다고 해도

설계비는 5퍼센트에서 10퍼센트남짓..

 

작은 주택의 경우 건축비는 3억을 넘는 일이 드문데 그러면 설계비는 2~3000을 가져갑니다. 여기서 설비,구조계산은 건축설계인들이 하기 어려우니 이건 또 하청주면 대충 2000도 남기 어려운 상황. 
보통 주택을 설계하는데 적게잡아도 3개월은 잡아야 하는데 그럼 매달 700정도의 돈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식사하고 직원 2명만 200을 주면서 잔인하게 야근시켜도 남는돈이 200이 될까말까?

 

거기다 건축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갑을관계중 엄청난 을이므로 대금지급이 늦어지거나 안주는 경우도 다반사. 일반적으로 3번 설계중에 1번은 돈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사무실과 직원월급은 최하 500은 매달 깨지는데,, 답은 어떻게 될까요?

부모님이 케어 해주실 수 없다면 정말 어떤 결론이 날까요?

 

문제는 저런 일이라도 꾸준히 있어줘야 되는데,, 주변에 집짓는 사람들 혹시 보셨습니까?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고 집을 짓는 사람들은 상당히 소수입니다.

집을 짓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은 매달 옷을 사지만 전원주택에 관심있는 사람은 대개 평생에 딱 한번 집을 짓습니다.

이미 건축사는 18000명을 훌쩍넘었는데 말이죠

건축사 사무소라고 차려놓고 네이버 뉴스검색으로 소일거리 하는 사무실도 부지기수입니다.

 

이게 고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개업한 사람들의 현실이에요.

쉽게 말해 능력있는 사람이어야 겨우 이 고통을 맛볼 기회라도 주어지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최상위 건축학과의 경우 01년 대까지 건축을 이탈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습니다.

 

최근에는 이탈율이 줄어들었는데 (3~40퍼센트정도 이탈함) 이게 건축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기존의 4년제에서 5년제로 바뀌면서 실질적으로 탈출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게 문제입니다.

 

4년제인 공대의 경우 보통 40~60학점정도의 전공을 들어야 하는데 이게 고등학교 식으로 말씀드린다면 20과목정도의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졸업한다는 말입니다. 나머지는 교양을 들으면 됩니다.

 

근데 5년제로 바뀌면서 120학점의 살인적인 전공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40과목을 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실질적으로 교양이나 다른 스펙을 만들기가 어려워져요. 요새는 서울대 경제를 나와도 취직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써먹을 수 없는 디자인을 배운 사람이 스펙도 없다면 일반기업에는 취직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며, 
기존의 탈출구가 되어주던 의전,치전은 이제 엄청난 경쟁을 자랑하는 시험이 된 것도 모자라 조만간에는 사라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건축학도들의 취직에 큰 버팀이 되었던 건설사들의 경우에도 취직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것 뿐만아니라 회사 자체도 휘청거리는 중입니다. 
(올해 대개 5000억 이상의 적자를 발표했습니다. 메이져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지금 다 적자 보면서 억지로 하는것들입니다. 일하면서 적자가 나는게 일안하고 적자나는것보다는 나은 상황이고, 
그리고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망해도 국민세금으로 메꿔줄걸 알고 있기에 수익이 안나는 건설을 그냥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가를 안하고 건설사를 가면 다른 공대를 간 것과 다를바가 무엇입니까?

거기다 건설사 사장까지 올라간다 해도 삼성전자 부사장급의 월급밖에 안되는 돈을 연봉으로 받게 됩니다. 
가기도 어렵고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모래먼지 먹으면서 주말부부를 몇 년씩하는게 과연 타당한 이야기일까요?

스카이 공대를 나와도 건설사의 경우 30년 근속중 절반은 지방 현장에서 근무하며 매일 5시반에 기상해서 아침조회하고 일을 시작하는 삶을 삽니다.

 

밤새워 모델 만드는 것? 낮밤이 뒤바뀌는 것? 솔직히 그거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만약에 그렇게 고생 몇 년해서 40살에 신사의 품격 장동건 된다면 그걸 안하는 사람이 미친사람입니다.

 

문제는 현실에서 부자출신이 아닌 사람이 이름있는 건축가가 되는 경우에 눈을 씼고 찾아봐도 한두명이 나올까 말까한 것입니다.

 

결론을 짓자면 부자라면 건축을 많이 하십시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면 한번 냉정히 생각해보세요. 포샵으로 점철된 건축 잡지(건축잡지 포샵이 성형포샵보다 심할겁니다.)를 보지말고 주위의 건물을 한번 슥 둘러보세요. 
과연 저런걸 만들면서 박봉을 받고 가정을 꾸리는 것과 효도를 포기하며 사는 게 맞을까?

 

부끄러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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