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40970430
신묘년조 논쟁에 또다른 파장을 일으킨 인물은 재일교포 사학자인 이진희였습니다.
이진희 이후 한국 학계의 두 번째 반박 흐름인 신묘년조 조작설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반박 흐름이 '해석'의 문제에 접근했다면, 두 번째 반박 흐름은 '원문'의 문제에 접근한 거라 할 수 있죠.
이진희는 광개토왕비의 여러 탁본들을 비교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인식했습니다.
분명 같은 비석을 두고 탁본한 것인데, 글자의 모양이나 위치가 다른 경우가 있었던 거죠.
여기에 대해 의문을 품고 광개토왕비 표면을 살펴본 결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석회를 바른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연히 의심이 갈 만한 부분이었기에 이진희는 조작설의 근거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그렇다면 조작은 누가 했느냐? 이진희가 지목한 인물은 최초 발견자 사코우 카케노부였습니다.
이 즈음하여, 단순한 군인으로 알려진 사코우 카케노부의 실제 신분이 청에 파견된 밀정이었음이 밝혀진 것이 한목했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진희는 일본 밀정인 사코우 카케노부가 광개토왕비를 발견한 후 이를 임나일본부설에 유리하게 조작하였다는 주장을 발표합니다.
학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실제로 광개토왕비 탁본에서 다른 부분이 발견되었고, 석회를 바른 흔적도 발견되었으니, 기존 학계의 담론이 그 근간부터 흔들리게 되었으니까요.
이진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던 일본 학계에서도 원석탁본, 즉 석회가 발리기 이전의 탁본을 확인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갈 것만 같던 파장은 얼마 못 가 가라앉게 됩니다. 중국 사학자인 왕건군의 현지 조사 때문이었습니다.
왕건군이 광개토왕비가 발견된 지역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던 중 초씨 부자라는 탁본업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초씨 부자가 기막힌 증언을 왕건군에게 남깁니다.
석회 우리가 바른 거에요.
초씨 부자의 말은 이랬습니다. 전문 탁본업자였던 그들은 광개토왕비의 깔끔한 탁본을 얻기 위해 비면을 편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석회를 발랐을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는 거죠.
애초 이진희의 주장도 허점이 꽤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 일본 학계에서 해당 비석이 광개토왕비임을 밝히는 데에만 5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전문 역사학자도 아닌 사코우 카케노부가 처음 보는 비석을 고구려 시대의 비석이라는 것을 단정하고 1700자가 넘는 글자 중 딱 신묘년조에 해당하는 20글자를 찾아 석회를 발랐다는 점은 아무리 보아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죠.
이처럼 처음부터 허점을 보였던 이진희의 주장이었기에, 왕건군의 연구와 함께 신묘년조 조작설도 사그라듭니다.
자, 정인보, 김석형, 이진희까지. 수많은 한국 학자들이 일본의 논리를 간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무도 명확히 이를 반박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고요.
그렇다면 신묘년조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맞았던 것일까요?
이렇게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셨다면 여러분들은 고구려인에게 낚인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문제적 남자 애청하면 똑똑해짐ㄹㅇ
-
남고생과 결혼하고 싶다 21
어떻게방법이없으려나
-
#~# 10
이 사단이 났음에도 물리학1을 선택할 당신들은 모두 #~#
-
개념강의 한번 돌리고 시발점으로 복습하고있는 중입니다 시발점을 들어보니까...
-
약간 봇치의 료같은느낌 키타는 탄지로 봇치는 독특해서 없어
-
11월 후기. 0
-
하 ㅅㅂ
-
손발이 호달달 떨리고 숨이 안 쉬어지네요
-
안녕하세요 이번에 무휴학 반수 망치고 삼수 고민중인 05년생 남자입니다 원래 저는...
-
물리1컷48 8
가능성있음? 저가 47이라 불안해서그래요.. ㅠㅠ
-
ㅜㅜ 그리고..전과목 통틀어서 찍맞 한개도 없음(영어제외)ㅜㅜㅜ
-
아 왜이래 4
원래 배그도 돌아가는 컴이었는데 모니터 신호연결문제로 이것저것 건드렸다가...
-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입학은 오히려 감축이나 모집정지각도 보이는데 편입학은...
-
여기서 택 4던데 극단적으로 확통 미적 고급수학 경제수학 이렇게 들어도 되는건가요...
-
맨날 눌려지니깐 슬슬 못 참겠네
-
정말 힘들었는데 마지막 멘탈까지 긁어모아서 겨우겨우 수능 치룸... 근데 제일...
-
ㅂㅂㅇ 6
언제잘지는잘모르겟다
-
이미지 써주세요 15
추첨해서 1명에게 만덕을 드립니다
-
. 7
논술 ㅈㅂ
-
6수하고 수능본 다음날 7수결심함 전재산 300만원 미국주식 3배 레버리지 풀베팅후...
-
화2 현강 0
현역 화2 현강 들을 수 있는 곳 있나요?? 목동이나 대치쪽이면 좋겠네요.
-
ㅎㅎ
-
근 3달동안 혼자서 공부했었는데 한계가 좀 와서 겨울신록 들어왔는데 플래너를 좀...
-
헉 0
그냥글쓰기
-
전 소오오올직히 얘기해서 의대 가려는데 3합5 맞출 수 있을까요ㅠㅠㅠㅠ 수학 3컷이...
-
오늘 마법천자문 16
10권부터 46권까지봤는데 ㅁㅌㅊ
-
화1 버리고 국영탐위주 +수학은 조교/과외 할듯요 ㅠ
-
챗지피티 아직 한 번도 안 써봄 무선이어폰은 qcy 샀다가 계속 잃어버리길래...
-
저 이미지 적어줘요 22
사랑스러운우리옵붕이들 이미지적어주고가세요
-
하 냥대인문도힘들겠지
-
작년엔 여행한번 가고 감기몸살 걸리고나니 실채점 나왔던거같은데 올해는 유독 기네
-
함께 고민해드려요. 쪽지 환영~ 댓글도 좋아요.
-
지피티 추천 질문도 있어요
-
국어 만점 과외 3
4->3->만점 (6,9,수)인데 과외 구해질까요.. 뽀록으로 보여서 안구해지려나여
-
반갑습니다
-
현역때 웬만한 방법론 같은건 다 들은거 같은데.. 문풀이 부족할 뿐이지
-
잠 자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으어.. 아침에 에너지드링크 마시면 저녁이나 밤에 졸리고...
-
난 키타좋아하니까 건방진건가
-
솔직히 반환점 돌 때까지만 해도 쉬운 미분파트 난이도와 어떻게 보면 조금 과도한?...
-
어떨까요..?? 아무래도 인하대=공대 이미지가 있다보니까 좀 걱정되네요ㅠ
-
앵간한 수제버거집 메뉴는 덥콰치로 대체 가능함 심지어 지금 앱 쿠폰 써서 7900원에 먹는중
-
특목고 다녔고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라 전문대 지원해보려 합니다 수시 성적은 5점...
-
빨리 깨달으시길 본인 실력의 몇퍼센트가 수능에 나오는지가 다름 뭔가 운명도 있는거...
-
내일부터 다시 활기차게 18일을 보내보자 18!
-
솔직히 많이 배고프진 않았는데 넘 과한 선택이었음 낼 점심까지 굶을까 걍
-
555랜만에 질받 37
-
ㅅㅂㅅㄲ 3
삼반수고고!!
-
거의 붙는다고 봐도 되나요?.... 아님 아직 모르나요
-
궁금합니다
언어학으로 임나일본부 격파 가능
호무드는 고대한국어로 팔문트라고 전해라~~
이게 뭐시여어ㅓㅇ
언어학 수업이라도 들어봐야 하나
알렉산더 보빈 맛좀 볼래요?
보빈 선생님 존함은 부여사 쪽 찾아보다가 들어봤던
제가 바다님 홍보해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