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4-05-27 23:59:56
조회수 7,148

데이트 초반에 가장 멘붕오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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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봐두었던 가게가 만석이거나 문을 닫거나 해서,


동선이 어그러졌을 때...


아니면 상대방이 아예 만나는 장소 자체를 바꿔버렸을 때...


하아...

어제 제가 딱 그랬는데요.


약속장소로 가고 있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썸녀가 제 쪽으로 오겠다는 겁니다.

중간에서 만나자고요.


썸녀는 자기 나름대로 먼 거리 오는 저를 배려한 거겠지만,

아이고,

나는 이미 어디서 저녁을 먹고 어디서 술을 마실지를 다 정해놨단 말이다!!!

만날 장소에서 식당 두어 곳, 술집 두어 곳을 미리 봐뒀는데!!!


황급하게 카톡으로 그럴 필요없다고, 가만 있으라고 했지만...

우리 급한 썸녀.

이미 버스에 올라타셨다네요. 하, 하하, 하하하...


재수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버스 안에서 정말 울고 싶더군요.

ㅠㅠ


거기다 중간에서 만날 바로 그 장소,

하필이면 사전에 아무 정보가 없는 지역.

-_-;;

급하게 스마트폰 맛집 어플로 들어가 그 지역 맛집을 검색해봤지만,

딱히 마땅한 곳이 안 나오더군요. ㅠㅠ


네이버로 들어가 블로그까지 싹싹 뒤진 끝에,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일식집 한 곳과 피자&파스타가게 한 곳.

그리고 분위기 좋아 보이는 술집 두어 곳.


에어컨 빵빵하게 잘 나오는 버스에서 식은땀 줄줄 흘리고... ㅋ


아이고,

근데 우리 썸녀씨.

회는 별로라네요.


그럼 플랜B, 피자&파스타를 먹자고 하니,


"미안한데, 내가 여기 오기 바로 전에 배가 하도 고파서 토스트를 사먹었거든. 그래서 피자는 별로..."

ㅠㅠㅠㅠ

ㅠㅠㅠㅠ

ㅠㅠㅠㅠ


멘붕이 아주 10단 콤보로 오더만요. 하...


그래서 결국 뭐 먹었냐고요?


분위기 좋은 술집도 별로래서요.


포차 갔습니다, 포차!!!

가서 불닭볶음+주먹밥에 오뎅탕 시키고 맥주에 소주 말아먹었어요!!!

ㅠㅠㅠㅠ

ㅠㅠㅠㅠ



계산하고 나오면서 '아... 오늘 진짜 최악이다, 최악' 이러면서 나오는데...

그런데 말이죠.



집에 바래다 주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아가는데,

썸녀가 팔짱을 끼더군요.

하...

바닥을 뚫고 지구의 핵으로 접근해내려가던 멘탈이 다시 튀어올라 대기권 밖으로 날아올라가더라는...


해피데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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