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 때 아침까지만 해도 난 별로 걱정하지 않았고, 긴장도 하지 않았다.
3월, 4월 모의고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쌓일 대로 쌓인 나의 공부량이 있었기에
난 패기 넘치게 6평을 치를 수 있었다.
언어영역.
문제 난이도가 엄청 쉬웠다. 98점을 받은 4월에 비해 훨씬 쉬웠다.
다 풀고 시간이 20분정도가 남았다. 언어를 풀고 이렇게 시간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뭔가 약간 불안하긴 했다.
수리영역.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문제를 꼼꼼히 풀었다. 30번까지 다 풀고 나니 남은 시간이 50분.
[남은 시간이 50분]
......
아니 뭐라고? 그렇게 검토까지 해가며 꼼꼼히 풀었는데 50분이나 남았다고?
난 내 시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 하지만 고장난 것이 아니라 진짜 50분이 남았던 것이다.
난 그대로 남은 50분동안 잠을 청했다.
외국어영역.
난이도는 무난무난했다. 3월, 4월 다 100점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별 문제 없이 다 풀고 10분정도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0분동안 어려웠던 빈칸 문제 하나의 답을 고민하다, 결국 답을 고쳐서 냈다.
탐구영역.
평소 기출 풀던대로 풀었다. 난 물2, 화1, 지1을 선택했는데, 특히 지1이 엄청 쉬웠다.
결과는?
언어 95점, 수리 100점, 외국어 98점, 물2 50, 화1 47, 지1 50점
원점수만 놓고 보자면 사상 최강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언수외 300이 전국에 깔렸다는 것이다.
6평을 치르고 난 뒤, 진짜 공부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야 나 언수외 300 나옴~" 이러고 다녔다.
난 언어 95점인데.. 나보다 언어 못보던 친구들이 전부 96~98, 혹은 100점을 받았다.
뭔가 낌새가 상당히 안좋았다. 수리 100점도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성적표가 나오고 나니,
언어는 3등급이었으며, 수리 백분위는 처참했고, (만점자 수도 엄청 많았다.)
나의 전국 백분위는 상위 1% 정도로 뚝 떨어졌다.
나보다 언어를 잘 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다 EBS에서 나왔던 지문이었다고 한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 난 실감했다. EBS는 정말 사기라고.
왜 다들 EBS에 그렇게 집중하는지 알 수 있겠다고..
난 부랴부랴 EBS 반영 교재를 사들기 시작했다.
내 실력이 불안했다기보다, 저런 경향의 문제를 내는 평가원이 무서웠다.
수능도 저렇게 포세이돈급으로 나오면 난 대학 어떻게 가지?
원래 수리영역에서 표점 뻥튀기해서 갈 생각이었는데? 저러면 뻥튀기도 안돼잖아?
왜 개나소나 100점 나오는 시험을 내고 있는거야???
진짜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인터넷 수능까지 거의 다 풀었다던데, 난 수능특강도 안풀었다.
더 큰 문제는, 곧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수능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다.
여름방학에는 서울대학교 특기자 전형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닥쳐왔다.
일단 마음을 정했다. 기말고사까진 최선을 다하자고. 혹시 몰라?
기말고사에서 내가 내신 합산 전교 2등으로 올라서면 나한테 지균 티켓을 줄지..
기말고사는 무난히 치렀고, 결과적으로 올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 위에 있던 두 친구도 올 1등급.
결국 내신 총합 1.08등급으로 전교 3등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내 위에 1.01, 1.04가 있었다.)
이제 지역균형 티켓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영 사라진 것이었다.
내신이 끝나서 이제 엄청난 양의 자습시간이 확보되었다. 매일을 방학과 같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난 하루 2시간 정도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특기자전형 자소서를 쓰는 것에 투자했고, 주말마다
서울대 정시 논술 준비 및 특기자 면접 준비도 했다.
다행히 우리 고등학교에 '창수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츤데레끼가 많으신 선생님이 계셔서
서울대 논술, 구술 준비를 엄청 잘 도와주셨다.
그 선생님께서 서울대 정시 기출이나 특기자 기출 문제를 가져다주면 내가 풀고, 그걸 쌤이 첨삭해서 돌려줬다.
논술 첨삭이 좋은 퀄리티로 이루어져서 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백만원씩 하는 논술학원에 다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수시 준비를 하는 시간 이외에는 전부 EBS 문제를 풀었다.
진짜 1주일마다 책 2~3권씩 끝내갔다.
폭풍과 같은 기세로 공부를 하니 8월 초까지 수능에 반영되는 모든 수능특강, 인터넷 수능 교재를 다 풀 수 있었다.
문제는, 고득점 N제와 수능완성.
언어 고득점 300제와 외국어 고득점 330제도 반영된다는 말을 듣고 이 문제집도 시간을 재서 풀었다.
언어의 경우 하루 30문제씩 30문제 푸는데 해당하는 시간을 줬고, 외국어도 33문제씩 50분 주고 풀려고 했다.
결과는?
언어 시간내에 푼건 겨우 20문제 뿐이었고, 외국어는 50분 지났을 때 겨우 20번 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
정말 미친듯이 어려웠다. 이 문제대로 수능에 나온다면, 난 정말 처참하게 털리고 말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고득점 N제니까 모든 문제가 이렇게 나오진 않겠지.. 하며 시간 재는 것을 포기하고 풀었다.
외국어의 경우 한 세트를 푸는데 대략 80분정도가 걸렸고, 평균적으로 2~3개 틀렸다.
진짜 고득점 N제를 푸는 10일간은 죽을 맛이었다.
고득점 N제를 풀고 나서 수능완성을 풀기 시작했다.
완성은 그나마 고득점 N제보다는 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어렵긴 어려웠다.
게다가 완성은 전 과목이라 분량도 만만치않게 많아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EBS를 풀면서도 나름 기출문제도 분석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많이 했다.
너무 EBS에만 올인하다간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하루 6시간정도는 EBS를 공부했고,
4시간정도는 내가 예전에 공부하던 방식대로 했다.
뭔가 EBS에 내 공부가 지배당한다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진짜 이런 공부는 다시는 하기 싫었다.
EBS를 풀며 재수는 절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번 한 번에 물천에 붙는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이다. 저 330제같이 더러운 문제집 다시는 풀기도 싫다.
오류투성이 EBS따위에 내 인생을 낭비하진 않을 것이다.
라는 마인드로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9월 평가원 전까지 EBS 반영 교재를 다 풀 수 있었다. 비록 1회독 뿐이었지만, 나에겐 1회독이면 충분했다.
애초에 EBS따위에 의지하긴 정말 싫었다. 하지만 물천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는 것 뿐이었다.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EBS 교재를 봐야 한다니.. 정말 모순된 말이지만 우리 나라 현실이 그랬다.
그리고 대망의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시작되는데..
9월 모의평가.
이제 진짜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는 평가원 모의고사.
내가 과연 EBS를 공부한 효과는 있었을까?
나의 실력은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9평을 치르기 직전 진짜 온갖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수능에서 엄청 망해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 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언어 영역. 6평에 비해 약간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3월 모의고사와 6평을 빼고
언어영역 점수는 항상 98점이었기 때문에, (이상하게시리 100점은 한 번도 받아보질 못했다.)
그렇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6월과 달리, EBS도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를 다 풀어도 계속 고민이 되는 두문제가 있었다.
내가 그동안 배운 독해 스킬이나 언어의 기술에서 배운 내용으로도 잘 풀리지 않았다.
아직 내 내공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훈련을 덜 한 것인가?
어쨌든, 두 문제를 아리송하게 푼 채로 언어영역을 마무리했다.
다음 수리영역. 6평보단 어려웠다. 근데 쉬운건 변함이 없었다. 60분동안 검토까지 마치고 나서
난 큰 한숨을 쉬었다. 이 난이도면 분명 수능에서도 만점이 수두룩하게 나올텐데..
수학 100점의 메리트가 전혀 없는거 아냐?
수학 고득점을 노려서 표점 뻥튀기를 노리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답답했다.
만점 표점이 140도 못넘을 것 같았다. 11수능 풀어보고 그 정도의 난이도를 기대했던 나에겐 꽤나 안좋은 소식이었다.
다 풀고 40분동안 수능때도 이 난이도로 나오면 어떻게하나.. 걱정을 하며 온갖 잡생각을 다했다.
외국어영역. 난이도가 6평에 비해 훨씬 어려웠다. 특히 빈칸이 엄청 크리티컬했다.
분명 EBS에서 본 지문이었는데.. 10초컷을 하기가 힘들었다.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낚시의 위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처음 찍은 답은 고치면 안 된다는 것을 믿어서 그냥 스트레이트로 풀어나갔다.
외국어 100점을 많이 받아본 자로서의 자신감을 믿었다.
마지막 탐구영역. 탐구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내가 탐구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문제가 쉬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별 감흥 없이 풀었다.
결과는?
[언/수/외/물2/화1/지1 96 100 91 50 50 50]
언어와 외국어는 2등급 상위권이었고, 수탐은 만점이었다.
전국 상위 0.3%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외국어가 2등급으로 내려간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EBS 버프를 많이 받는 언어와 외국어에서 털린 것이 참 심각했다.
수학 난이도가 엄청 쉬워서 이번에도 1컷은 96점이었고, 100점인 것의 메리트는 거의 없었다.
다행히 물천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오긴 나왔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수능때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의 나에겐 [전교 1등]이란 타이틀은 어떤 위안도 되지 못했다.
[전교 1등]=[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합격]이란 등식은 항상 성립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9평 성적이 어떻게 나왔든 난 좌절할 시간이 없었다.
수능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남들이 좌절할 시간에 난 공부해서 실력을 더 늘려야 한다.
아직 내가 올라가야 할 계단은 엄청 많이 남았다. 올라가야 한다.
이 때의 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를 하나 두었다.
EBS를 다 던져버리고, 예전의 내가, 공부 효율이 가장 좋을 때의 내가 하던 공부 방식으로 마무리 정리를 했다.
EBS가 정말 증오스러웠다. EBS따위에 내 꿈을 잃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면으로, EBS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수능에선 EBS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ㅎㅎ)
1주일에 5일정도는 모의고사 풀세트를 풀었다. 9월 말까지 7개년 기출 언어 5회독, 나머지 과목 3회독을 다 끝냈다.
주말에는 서울대 특기자 구술 면접 준비 및 정시 논술 준비를 했다. 두 가지의 전형 모두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츤츤대는 창수신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논술 첨삭도 엄청 잘해주셨고, 모르는 구술 문제도 많이 풀어주셨다.
그리고 하루에 1~2시간씩 한 스타2에게도 많은 버프를 받았다.
매일 집에서 게임을 한 덕분에 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공부에 완전히 찌들어 지쳐 쓰러질 정도까지 가진 않았다.
10월이 되자, 슬슬 풀 문제가 부족했다. 왠만한 사설 문제도 실력 점검을 위해 풀어봤고,
질이 안좋다던 EBS 파이널 모의고사도 풀었다. (물론, 점수는 개판이었다.)
그래서 문제를 찾던 도중, '오르비'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어? 여기 점수 입력하면 전국 등수도 추정해주네?"
"포만한 모의고사? 이게 뭐지?"
오르비는 나에게 신세계를 불러다주었다.
이 때 난 오르비 닉네임을 '츤데레창수'라고 지었다. 날 맨날 도와주시지만
계속 틱틱대는 창수신님이 정말 좋아서 그랬다.
그리고 96 100 91 50 50 50. 9평 점수를 입력했다.
가형 기준 전국 상위 약 0.3%정도. 언어와 외국어가 망했지만, 나름 수탐 버프를 잘 받은 것 같았다.
또한 거기엔 좋은 외국어 문제와 수학 문제들이 많았다.
처음으로 오르비에 올라온 포만한 모의고사를 풀어봤는데,
채점해보니 86점. 1년만에 90점 아래의 점수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진짜 고난이도였다. 100분 꾸역꾸역 써간데다 풀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문제까지 있었다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문제에 오류가 꽤 보였다. 그래서 이 문제를 배포하던
'컵라면'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던 분에게, 몇몇 문제의 오류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오류가 수정되었고, 수정 후의 나의 점수는 93점.
다행히 90점 아래의 점수로 마무리짓진 않았다.
오르비를 둘러보다 보니, 포만한 모의고사 외에도 '포카칩 모의고사'라는 좋은 사설 모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풀 문제에 허덕이고 있던 난 그 길로 서점에 가서 '포카칩 모의고사'를 사왔다.
'포카칩 모의고사'는 정말 환상적인 모의고사였다.
여태까지 질 나쁜 사설을 풀던 난 문제의 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산량도 적당했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금방금방 풀리는 문제들이 많았다.
이 모의고사 덕분에 나의 수학 스킬이 5~10%는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10월에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제일 편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풀 자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수능날은 점점 다가오고.. 남은 날짜가 한자릿수로 줄었다.
반 분위기는 정말 싱숭생숭했다.
벌써 대학생이 되서 놀러다니는 친구도 있고, 벌써 재수를 결심한 친구도 있었고,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는지 그냥 노는 친구도 있었고,
아직 늦지 않았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에 휘둘릴 시간도 없었다. 귀마개를 착용하고 그냥 묵묵히 공부했다.
약간의 소음은 오히려 수능 고사장 적응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대로 공부를 했다.
수능 2일 전, 이날은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단 그동안 풀었던 것들을 다 복습했다.
정말 오랬동안 본 책을을 보는지라 한 권 다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능 하루 전, 이 날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다. 이날 공부해서 오르는 성적보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오르는 성적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 하고싶었던 스타2를 실컷 했다.
맨 처음엔 유즈맵을 시작했다. 승패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게임들을 했다.
그런데, 뭔가 래더게임이 끌리는 것이었다.
래더게임에서 계속 진다면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수능을 망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끝내 래더 서치를 눌러버렸다.
첫판은 가볍게 이겼다. 상대방이 못했나보다.
또 래더 서치를 눌렀다.
두번째 판도 나의 기막힌 전략으로 승리했다.
또 래더 서치를 눌렀다.
세번째 판도 이겼다.
또 래더 서치를 눌렀다. ...................
이렇게 난 여섯 판을 내리 이겨버렸다.
이 때의 나의 기분은 정말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진짜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밤 10시쯤이 되어서, 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수능 당일날이 되었다.
드디어, 수능 당일날이 되었다.
전날 스타2 6연승을 한 버프를 받고 나니, 난 정말 모든 것을 얻은 느낌이었다.
수능 정도는 가볍게 다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샤워를 하고 방을 나섰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공부와 스트레스와도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행복했다.
재수라는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무조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열심히 했고,
그리고 지금의 나에겐 실패따윈 절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수능의 초월자니까..]
[나는 신의 선택을 받은 신의 아이니까..]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감을 믿고, 수능 시험장을 향해 갔다.
내가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는 당곡고등학교.
차에서 내려 정문으로 가니 우리 학교 후배들이 있었다.
내가 멘토링 해준 후배들이었다.
후배들이 질서있게 경례를 하고 나에게 초콜릿과 차, 그리고 편지를 주었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말했다.
올해의 수능 만점은 나라고. 꼭 수능 만점을 받고 오겠다고.
그렇게 자신있게 손을 흔들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고등학교 수험생 중 이렇게 패기넘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고 한다.
수능 고사장에 들어갔다. 낯선 장소에서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내가 시험을 치르는 반에 친구들도 몇 명 들어왔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는 사람이 꽤 있었다.
뭔가 친구들과 같은 반에 있으니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후배들이 준 초콜릿을 먹고, 편지를 읽어봤다. 그동안 도와줘서 참 고마웠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언어영역 시작 전까지, 난 받을 수 있는 모든 신의 가호를 받았다.
난 [신의 아이]니까..
대망의 수능, 언어영역이 시작되었다. 평소 모의고사를 치를 때와 달리 듣기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듣기 방송을 하는 도중 쓰기 문제를 풀었지만, 난 그런거에 개의치 않았다.
그냥 듣기 푸는 시간엔 듣기를 풀었다. 역시 듣기라 그런지 난이도는 무난했다.
다음 쓰기 및 어법. 이 부분도 그닥 난이도가 있는 부분은 아니라 무난무난하게 풀어갔다.
근데, 11번에서 무언가 평가원스럽지 않은 문제가 나왔다. '보기'에 의한 근거에서부터 추론하는 유형이 아닌,
단순한 어법 지식을 묻는 문제였다. 거기다 3점짜리 문제였다. 하지만 난 본능적으로 답을 찍었고,
여기에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기로 하고 넘어갔다.
난 평소 풀던 방식대로 비문학 문제부터 건드렸다.
다행히 과학 지문에서 내가 잘 아는 불확정성의 원리 관련 내용이 나왔고, 기술 지문도 친숙한 내용이 나왔다.
비문학 지문이 전부 그렇게 어려운 내용들이 아니어서, 쉽게 풀 수 있었다.
다음은 문학. 문학이 좀 많이 걱정되었다. 수능 공부를 하며, 문학만큼은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웬 떡인가? 고전 시가 한 편과 고전 소설, 그리고 현대 소설 모두 EBS에서 봤던 내용이다.
내가 정리했던 것까지 다 기억이 나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이 났다.
이게 웬 떡인가?? 하며 문제를 꼼꼼히 풀었다.
방심하지 않고 차분히 지문에서 근거를 찾아가며 답을 골랐다.
EBS에서 봤던 지문들이라 근거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문제를 풀다.. 한자성어 문제에 도달했다. 그런데 보니 한자성어가 1점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모르는 한자 성어가 3개나 나왔다.
순간, 한자 성어 문제가 쉽다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렇지만 후회만 할 수는 없는 법! 그냥 본능적으로 찍고 넘어갔다.
언어 영역 시간이 끝나고,
고사장은 참 조용했다.
나랑 내 친구들은 수능 끝나기 전까지 답 맞추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자고 해서 나도 묵묵히 있었다.
그냥 화장실에 다녀오고, 푹 쉬었다.
다음 수리영역.
나의 [신의 아이]로서의 진가를 발휘할 때가 왔다.
하지만 역시 나의 기대는 산산히 무너졌다. 9평에 비해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이번에도 결국 1컷 96점짜리 시험인가..' 하며 묵묵히 풀었다.
1컷이 몇점이든, 수리에선 무조건 100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 문제를 풀 때마다 검토를 3번씩 해가며 풀었다. 실수를 절대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29번까지 변별력 있는 문제를 거의 찾지 못했다. 대략 70분쯤 걸렸던 것 같다.
마지막 30번 문제. 이녀석은 난이도가 좀 있어보였다.
하지만 주어진 예시를 토대로 숫자 몇 개를 대입하니 규칙성이 금방 보여서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30번도 검토까지 마치고 나니 남은 시간은 20분.
더 이상의 검토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난 이번 시험에서의 변별력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제발 수리 1컷이 96보다는 낫길 빌 뿐이었다.
수리 영역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난 평소 모의고사 때 하던 것처럼 점심을 먹지 않았다.
애초에 고1때부터 모의 푸는 날은 한 끼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낯선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는 느낌이 즐거웠다.
수능의 초월자로서의 본능이었을까? 이번 시험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친구들이 먹던 도시락을 좀 뺏어먹고,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수능 끝나고 할 일, 그리고 나중에 대학 가서 할 일 등..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했다.
다음 외국어영역. 난 배를 거의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졸음에 대한 걱정은 그닥 하지 않았다.
역시 언어영역처럼 듣기가 먼저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듣기 시간에도 EBS 버프 덕인지 답을 바로 찍고
독해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난 그냥 듣기만 풀었다. 듣기 시간엔 듣기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듣기 문제는 큰 탈 없이 넘어갔고, 독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총 33문항 중 10문항 정도를 EBS 버프에 의해 쉽게 풀었다.
다 풀고 나니 시간이 20분정도 남았다. 진짜 고3때 본 모든 외국어 시험중 가장 쉬웠다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평이했다.
1컷이 높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무언가 이번에 진짜 수능 만점이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탐구영역. 난 화1, 지1, 물2를 선택했기 때문에, 우선 화1을 풀기 시작했다.
탐구영역이 되니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치솟아서, 평소에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n분컷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보기도 금방금방 읽고 넘어갔다. 화1 다풀고 나니 남은 시간 15분.
물론 검토를 하긴 했지만, 대충대충 하고 넘어갔다.
다음 지구과학1. 지1답게 엄청 쉬운 난이도였다. (개정 전이었으니까..)
다 푸는데 총 10분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리고 남은 20분간 그냥 딴생각을 하며 보냈다.
마지막 물리2. 이 시험만 보면 수능 끝이라는 생각에 정말 흥분되기 시작했다.
나의 물리력을 총 동원하여 15분간 20문제를 풀어냈다.
그리고 심심해서 답 갯수를 세보니.. 1,2,3,4,5 전부 4개씩 있지 않았던가!
무언가 불안했다. 내가 과탐 7개년어치를 풀면서 답 갯수가 정확히 4개씩이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문제 검토에 돌입했다. 다른 풀이로 바꿔서 풀어보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푼 답이 계속 맞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고민한 나머지, 한 문제를 어거지 풀이로 풀어놓고 답을 고쳤다.
답 갯수가 3,4,4,4,5개가 되었다. 이제야 좀 맘이 편해졌다.
시험이 종료되었다는 벨이 울리고,
나는 해방감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짜 이 때의 난 진정한 [신의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우선 서울대 특기자 1차 발표를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합격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가채점을 시작했다.
아직 탐구 답안은 나오지 않았고, 언수외 답안만 메가스터디에 올라왔었다.
메가스터디에 가채점표에 적어온 언수외 답을 한 번에 다 적고,
한 방에 채점! 하는 버튼을 눌렀다.
언어 - 98, 수리 - 100, 외국어 - 100
저 점수를 보고 난 믿을 수 없었다.
저게 내 점수인가? 진짜 내 점수인가????
고등학교 3년간 받은 점수 중 가장 높은 언수외 점수를 받았다. (아쉽게도, 언어가 100점이었던 적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채점을 돌려봤다. 점수는 같았다.
홀수형 짝수형 헷갈렸는지 확인했다. 분명 홀수형이 맞았다.
볼을 몇 번 꼬집어보고, 난 컴퓨터 앞에서 말 그대로 '미쳐 날뛰었다.'
나의 3년간의 보상이, 드디어 보답을 받는 순간이구나..
미쳐 날뛰니까 아랫층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그만 좀 뛰라고.
하지만 그 때의 난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분에게 말했다.
"제가 언수외 298점이라고요!!!!!!! 한 문제만 틀렸다고요오오오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분은 축하한다고 말하며 오늘만 봐준다고 하셨다.
난 주위 지인들, 그리고 특히 날 많이 도와주신 담임선생님과 창수신님께 문자를 보냈다.
언수외 298이라는 결과를 알릴 때, 정말 심장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이 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수능 망했다고.. 언수외 423등급 나왔다고..
정말 친한 친구였기에, 난 잠시 즐거움을 감추고 친구와 함께 PC방에 갔다.
가서 스타2 팀플 몇판을 때리고, 탐구 과목 점수를 확인했다.
화1 47, 지1 47, 물2 47이었다.
탐구영역을 풀 때 방심했던 것에 대한 타격이 여기서 나타난 것 같았다.
화1, 지1은 어이없게 보기를 잘못 읽어서 하나씩 나갔고, 물2의 경우 마지막에 고친게 틀렸었다.
그냥 1,2,3,4,5 전부 4개씩 있는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난 상관없었다. 인생 최고의 수능 점수를 받았으니까.
집에 와서 오르비에 올렸다.
98/100/100/47/47/47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시 가능한가요?
답변은?
"님 훌리 아님?"
"저정도면 인설의는 그냥 가는 점수인데요?"
"물천 문 부시고도 남음 ㅇㅇ"
내가 드디어 물리천문학부의 문을 여는구나..
정말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3년간 물리천문학부를 지망했던 [신의 아이], 미래의 하얀 마법사의 여정은
최고의 결과를 맞이하며 끝나게 되........
는줄 알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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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 곧 있을 특기자 면접 준비를 했다.
특기자 면접 당일, 물리 문제와 수학 문제를 풀었는데,
물리 문제는.. 정말 당혹스러웠다.
난 기껏해야 고등학교 심화 문제 및 특기자 기출, 그리고 하이탑 정도만 공부했는데
대학교 과정을 알아야 푸는 문제들이 나왔다.
난 난생 처음 보는 문제에 당황하며 어버버.. 하며 나왔다.
광탈을 예상했다. 사실 난 지균 준비생이었는데..
1년만에 특기자를 준비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나보다.
다행히 수학 문제는 수리영역 1등급이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와서
다 풀긴 풀었다.
특기자 발표를 기다리는 도중, 성적표가 나왔다.
사실 성적표 공식 발표일 하루 전 담임선생님께 성적표가 도착하는데,
난 너무 궁금한 나머지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쌤.. 저 가채점대로 점수 나왔나요?"
"어..? 너 등급이 왜이러니? 제대로 적어온 거 맞아?"
"네??? 점수 이상하게 나왔나요??"
"장난이야 쨔샤 ㅋㅋ 그대로 나왔어. 올 1등급 축하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보니, 가채점은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생각보다 수리 1컷이 89점으로 꽤 낮았다.
만점자 수도 400명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난 나름 수리 가형의 버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르비에서 전국 추정 등수가 나왔다. 내 점수를 입력하니,
전국 추정 등수는 가형 기준 0.1%. 전국 160등 정도에 해당하는 백분위였다.
전국 160등 정도면 물리천문학부의 문을 부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난 오르비에서 놀기 시작했다.
'츤데레창수'라는 닉네임으로 계속 물천 합격을 기원했고,
사람들은 계속 기만이라고 했다. 님 점수면 100% 붙는다고..
이 때의 난 무슨 기분이었을까? 어떤 심정으로 오르비에 글을 올렸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때의 행복하던 나만이 알고 있겠지.
특기자 결과는 아쉽게 탈락.
뭐.. 면접을 못봤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난 물천에 떨어졌다는 분노에 휩싸여
"교수님이 절 떨군 것을 후회하게 해줄겁니다. 물천의 Door Breaker가 되겠습니다."
라는 패기있는 글을 올리며, 정시 합격에 대한 염원을 불태웠다.
그리고 곧바로 논술 공부에 들어갔다.
뭐.. 논술 공부래봤자 매일 집에서 오르비에 글올리고,
온게임넷에서 하는 스타 중계 보면서 하루에 한 문제 푸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한 지문의 모든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소문항 하나 푸는 수준.. 정말 대충 공부했다.
지균 준비하면서 얻은 1.08이라는 내신 등급 버프로 서울대 정시 내신은 40.00 만점이었고,
결국 깎일 곳은 논술밖에 없었다.
오르비에서 정시 논술 준비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랑 친해졌다.
계속 이 점수로 물천 되나여?? 라고 묻고, 실제 물천 지원한 것을 인증까지 하니
오르비에선 완전한 물리 덕후로 인식받게 되었다.
2011년 말쯤, 난 슬슬 오르비에서 날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뭔가 닉네임이 츤데레창수?라면 이상하니까.. 그리고 쌤 이름을 함부로 도용하다간
큰일날 것 같으니까.. 닉네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닉네임을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럴 때 갑자기 뙇! 하고 흐음.. 던파 만화에 나오는 그 똥글똥글한 캐릭터 이름이 뭐였지?
아! 레바였구나!
하고.. 닉네임을 '레바'로 바꾸게 되었다.
12월 말에 연세대 물리학과 우선선발 합격(+상위 3%에게 주는 독수리장학금)이 되었다.
어쨌든, 연세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12학번'이라는 타이틀.
2012년 1월 16일, 정시 논술을 치렀다.
논술 문항은 무난무난했다. 물리 문제는 쉬웠고, 지구과학 문제는 창수신님의 버프로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시 발표까지 정말 하릴없이 기다렸다.
그 때, 오르비의 '컵라면'이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권유로
메이플을 시작했다.
메이플 캐릭 이름은? '수학왕난만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오르비에 메이플을 전파하며, 서울대 합격 소식을 기다렸다.
그동안 오르비 정모에 나가기도 하고, 에피옵티무스라는 클럽에도 가입하고,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성과의 만남도 참 많아졌다.
맨날 남고에서만 지내다 보니 남자들과의 대화에만 익숙해졌는데,
사회에 나가니 참 달랐다.
그리고, 2월 2일이 왔다. 이날도 난 신촌에서 물천 선배인 나카렌님, 그리고 물량공급님,
메이플을 전파한 컵라면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담임선생님께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 서울대 합격이다."
응? 뭐라고?
사실 저 이야기를 내가 공부하던 도중에 들었으면 정말 기뻤을텐데..
그렇게도 3년간 염원하던, 꿈의 타이틀을, 신촌에서 밥 먹던 도중에 얻었다.
갑자기 밥먹다 서울대생으로 전직한 것이다.
그냥 웃음도 안나왔다.
"아 합격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은 뒤,
묵묵히 식사를 했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서울대 물천 붙음."
이렇게 시크하게 대답하고 밥을 계속 먹었다.
그러자 다들 축하한다고 하며, 뭐 합격 100% 보장이었으니 저렇게 대충 대답할만도 하지 ㅋㅋ 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촌에서 놀다 집에 들어갔고,
오르비에 합격 인증글을 올렸다.
역시 레바님이라면 합격할 것 같았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고, 축하 댓글도 많이 달렸다.
합격 통지서를 뽑고 나니 이제야 나의 목표를 이뤄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 3년이란 길고 길었던 시간이었다.
머릿 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2월 3일, 고등학교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내에서 수능 성적 1등으로 1등상을 받았다.
단상에서 상을 받고, 난 이렇게 외쳤다.
- [ 제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12학번입니다!!!!!!!!! ] -
- The End -
선좋후읽
원래 12편 나눠서 쓴건데 하나로 합치니 엄청 기네요... 읽기 불편하시다면 나눠서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냥이렇게 올려주신거만으로두 감사한데요 ?ㅠㅠ 한번에쭉읽으니까 오히려 더 몰입되서 조아요
햐..... 닉네임 말씀하신것처럼 레알 바보가 아니라, '레'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네요....
다읽어버렸다 ㄷㄷ
실패했을때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핑계를 대봤자 자기자신만 더 비참해지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걸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수기 잘 보았습니다.
와... 다읽었다... ㅋㅋ
기흉.. 그 고통 정말잘알아요.. 고2로올라갈때 한번 재수시작하기전에 또 한번..ㅠㅠ 그래서 재수시작한게 늦어졌지만.. 저도 님처럼 병실에서핑계대지않고 공부했더라면 지금상황이 약간 달라졌을텐데..ㅠㅠ 암튼 본받고 갑니다.. 앞으로 열심히하겠습니다
레바란 분이 이런분이셨어..와 리스펙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완전 존경.... 진짜 쩐다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올해 초 포만한 추억돋는 글이네요 ㅎㅎ
우와.....무슨소설읽듯 푹 빠져서 읽었어요 대다나다
"나에게 평생 여자 친구가 없어도 좋으니, 아니 내가 마법사로 살아도 좋으니!
제발 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합격시켜줘!"
ㅠㅠㅠㅠ 위너 레바성님 왜 이런 셀프 디스를...
엌ㅋㅋㅋ 이게 여기도올라오다니
레바님 짱짱맨
레바성님 사랑합니데이
오늘 내신치고 왔는데 이글을 보니...ㅎ.ㅎ 존경합니다~
수기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자친구가 없나요???
어.. 없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에게 평생 여자 친구가 없어도 좋으니, 아니 내가 마법사로 살아도 좋으니! 제발 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합격시켜줘!"
그 때의 난, 이 기도가 나에게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유는....이........이건가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저를 로그인하게 만들다니 엉엉 감동의 물결이... 진짜 숨죽이고 읽었어요ㅠㅠ 더욱 분발해서 내년에 레바님의 후광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존경합니다
레바님 , 쪽지 보냈어요~~^^
굳bb리스펙!!!
우왕 스크팬이있다니
찬찬히 전부 읽어 보았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이는군요
오랜만에 좋은 수기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ㅠㅠㅠㅠ으윽쩐다ㅠㅠ전율이돋네요
너무 길어서 다 읽었습니다.
와..이런분이셨구나.. 정말열심히하셨네요
존경해요.
올해 개봉할 영화인가요? 소름돋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수능 전국 상위 0.1%는 찍어 줘야겠지? ㅋㅋ 한 번 날아보자."
이분 0.08%랍니다 이글내려주세요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고1인 저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된거같네요 감사합니다
지키지못할약속하지않겠습니다.그리고지켜내겠습니다.보여드리죠
ㅋㅋ.ㅋㅋㅋ.ㅋㅋ종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배님 저도 이번에 들어갑니다.
얼떨결에 성지 순례
와... ㅠㅠ
후 개빡공하겠읍니다
...대박..
성지순례 ㄷㄷ 지금 뭐하고 계실지 궁금하네....
김멍댕멍 이라는 분 덕에 명글 읽고 가네요.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판타지 작가하면 더 어울릴 것 같음.
책 많이 읽으셨나봐요.
이거 보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고 자극받았던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찾아 읽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재밌고 제 옛날 생각도 많이 나네요 ㅎㅎ
늘 하시는 일 잘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