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로응답해 [458100] · MS 2013 · 쪽지

2014-10-18 19:32:17
조회수 3,072

수능을 26일 앞둔 시점, 도서관에서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4956759

황의재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뵙게 된 게 며칠 전 일 같은데 벌써 2015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순식간에 한 학기를 보낸 후,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괜시리 가을타면서 글 한 번 적어봅니다. 선생님께서 농담 삼아 그러셨죠. 대학에 가면 학원에서 공부했던 양의 반만 해도 장학금받고 다닐 수 있다고요. 정말 그렇더라구요. 요즘은 학원 다닐 때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있었는지...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현역 때의 이 시기를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요. D외고에 재학 중이던 저는 막연하게 SKY, 막연하게 수시 합격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던 고3이 받아들이기에 결과는 암담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정시지원을 아무렇게나 해버리고선 보기 좋게 떨어진 뒤, 재수를 하게 되었죠. 처음에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꽤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강대를 많이 갔지만 거리가 멀기도 하고 명성에 비해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결국 가까운 학원을 선택했습니다. 강사진에 대한 평도 좋은 편이길래 어차피 내 공부 내가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셈 치고 들어갔습니다. 반은 특이하게도 하이퍼반이라는 특목고반이 따로 있어서 그 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저는 제 재수생활에 만족합니다. 마구잡이식이었던 현역 때와는 달리, 학원의 커리큘럼 안에서 타이트한 생활과 함께 체계적인 수업과 자습시간을 병행했더니 성적도 많이 오르고 고등학교 생활 때는 느껴보지 못한 자신감도 얻었죠. 처음에 학원에 들어갔을 때 대학생활을 시작한 주변 친구들과 달리 재수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기가 많이 죽어있었어요. 그런데 언황 선생님께서 그런 자격지심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셨죠. 공부측면에서도 그렇고 정신적 측면에서도요. 다행히 모의고사 성적도 점점 올라서 9월에는 전액 장학금도 받게 되었구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재수를 하게 된 실질적 가장 큰 이유는 국어 성적때문이었습니다. EBS연계에 얽매인 아둔한 수험생 중 한 명이었거든요. 문학은 그럭저럭 풀었지만 비문학에서 아주 탈탈 털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EBS연계보다 기출 비문학을 훨씬 중요시하시고 거기서 출제 원리를 찾아내는 수업을 진행하셨어요. 처음에는 너무 기출에 많은 것을 투자하게 하시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현역 때 대치동 학원에서 EBS연계목록으로 모의고사를 만들어서 매주 시험을 봤던 제가 한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불안정한 성적이 나오던 그 때와 달리 안정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온 것입니다. 언황 쌤은 정말 제가 짧다면 짧은 인생 통틀어 은사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에 속하기도 합니다.

 

언황 쌤! 공부뿐만이 아니라 멘탈 관리에 있어서도 선생님은 정말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매일 격려의 말씀도 아끼지 않으시고, 자습시간 지쳐있을 때 주셨던 차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재수하면서 건강에도 큰 탈이 없었는데 이것도 야식금지, 매일 과일 챙겨오기 등 선생님만의 독특한 규칙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조만간 다시 한 번 꼭 찾아뵈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 다시 도전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다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열심히 하고 열정적인 친구들이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할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 외에 다른 하이퍼반 친구들도 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조만간 찾아뵐게요. 그럼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