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것의 의미 - 정답 특정의 원리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57219365
칼럼 인덱스 : https://orbi.kr/00043624020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문제를 지배하면서 푸는 방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독서공부법 (1)에 나와 있는 7가지 독법에는 이 내용이 들어가지 않지만,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한 문장 안에 개념어 제시'는 아마 추가했을 겁니다.)
원래 이 방법은 그리 거창한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수업하다 보니 신기해 하는 학생이 많아서 글로 남겨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I. 들어가며
아마 "문제를 지배하면서 풀어라.", "문제에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풀어라."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럼 도대체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제가 알려드렸던 독법 7가지나, '어차피 나오는 독서 문제' 7가지, 나오는 내용만 반복되는 문학 <보기>는 대부분 아는 내용이므로 실전에서 <보기>를 읽지 않고 푸는 방법 등도 문제를 지배하면서 푸는 것에 해당합니다. 어차피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문제를 낼지 예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들려드린 적 없는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의 의미를 써보겠습니다.
해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신 적 있을 겁니다. "뭐야 결국 정답이니까 정답이다. 오답이니까 오답이다. 이런 식으로 써놓은 거 잖아?"
흔히 말하는 '사후적인 해설'에 대한 이야기도 이번 글에 담겨 있습니다. '정답 특정'이 가능한 문제 유형(소재에 대한 이해 등)에서는 답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래 5개 중에 1개 고르는 건데.. 라는 생각을 하셨을 텐데, 그런 의미가 아니고 애초부터 그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문제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오지선다형이니 5개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하는 이야기가, "너 이거 서술형으로 나왔어도 맞힐 수 있어야 돼."입니다.
수험생 때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모의고사를 출제해보니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오답 선지 구성하는 게 더 힘들어요 ㅋㅋㅋㅋ
가끔 보면 사후적인 해설이라고 비판받는 지점은 바로 여기겠죠. 어차피 정답이 아닌데 근거를 설명하려다 보니 사후적일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전에서는? 바로 골라주면 그만입니다.
II.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것의 의미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2020학년도 6월 [공생발생설]
이전 칼럼에서 보셨겠지만, 저렇게 ㄱ이 나온다는 건? ㄱ의 원리나, 이유 등 뭐가 됐든 문제로 내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나올 문제는 정해져 있다.'라고 했었죠. 아마 ㄱ에 밑줄 그어놓고 문제 안 내면 그건 그거대로 논란일 겁니다.
ㄱ의 이유는, 바로 밑에 ~때문이었다 로 나와 있는데, 나중에 선지를 보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여기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저렇게 대놓고 이유를 주면, 내용 일치 문제가 아닌 이상 그대로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글의 다른 부분과 엮어서 물어보겠죠. 조금 더 '나만의 말'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39번을 보고 좀 당황스러운 건 당연할 겁니다. 설명을 위해 5번을 강조해두었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누가 형광펜으로 표시해줄 리는 없습니다. 잠깐 지문으로 돌아가보죠.
여기서 '정답 특정'의 원리가 쓰이는데, 제가 추가 근거를 저렇게 찾는 순간, 무조건 5번이 정답입니다.
애초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미토콘드리아 = 독립된 생명체 = 생명체면 자기 고유 정보 전달하지" 이런 구조였을 거라는 뜻입니다.
이 문제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데, '정답 특정' 유형 중에서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해서 좀 힘들었죠.
이렇게 되면 다른 선지들은? '정답이 아니니까 정답이 아닌 선지'가 되는 겁니다. 여러분과 풀이 방식에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근거 하나 찾고, 추가 근거 찾으니 5번. 하지만 1, 2, 3, 4번을 매우 자신 있게 거르기 때문에 시간 측면에서 차이가 나겠죠.
(2) 2023학년도 6월 [혈액 응고]
신뢰를 드리기 위해 가장 최근 기출을 가져왔습니다. 더군다나 공생발생설 지문보다 훨씬 더 정답 특정하기가 편한 문제였습니다.
칼슘의 역설에 네모 박스가 있으니 무조건 문제를 낼 겁니다. 칼슘의 역설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만의 말'로 정리하면? "뼈의 칼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칼슘을 열심히 섭취하는데, 정작 뼈에는 칼슘이 없네." 즉, 칼슘을 먹는데 칼슘이 부족하니까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정답 특정' 후에 문제를 보면 선지가 다섯 개여도 답은 그냥 2번입니다. 1, 3, 5번은? '정답이 아니니까 정답이 아닌 선지'입니다. 애초에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었죠.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4번에 대한 해설을 보면, 혈액 내 단백질이 칼슘과 결합했다는 것을 오답 근거로 꼽는데, 당연히 맞는 말이긴 합니다. 저 이야기는 혈액 응고 인자 활성화 얘기니까요. 그런데 그걸 짚었든 못 짚었든, '혈관 벽에 칼슘 침착'은 애초부터 묻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서술형으로 나와도 맞힐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III. 마치며
이 문제들 말고도 '정답 특정'의 원리가 쓰일 수 있는 지문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 번 기출을 보면서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세 문제 정도 다루려고 하니 너무 길어지네요.)
점점 더워지는 시기인데,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열심히 달리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해두시면 전 과목 칼럼 + 수기를 순차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외에는 잘 작성하지도 않지만, 꼭 잡담 태그를 달고 업로드하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익하게 보셨다면 좋아요 +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뭐지 이런 메타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
무한n수박고 의대갈필요가…
-
6모 44424 9모 442?? 정도 였는데 이렇게 나옴 갠적으로 외대글로벌 아주대...
-
7월쯤에 설경설로 주작글이었나 올라온 거 생각나네요 뭐 리트가 몇 점이고 어쩌고...
-
코딩 아예 안해본 사람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
화학 44 1
** 이거 백분위 70대로 내려가는 가능세계 있음? 지금 82로 잡히는데 좃같네 진짜 ㅋㅋㅋ
-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데 설경이 의치한약수 한테 다 밀리나요? 진짜 설경 이렇게 낮았어요..? ㅠㅠ
-
공대 및 자연대를 지망하는 코딩 꼬꼬마들을 위한 팁 10
바로 위키독스의 '점프 투 파이썬' 입니다...
-
어떻게하지
-
저번에는 리트는 의대못간 2군들이 치는 시험이라더니
-
ㄱㄱ헛
-
학원은 정해진 것 같은데 인강은 어디로 가시려나요..
-
자퇴생 현 고2 이번 수능 언매 2 영어 2 기하 4 과탐 말아먹어서 사문 세지로...
-
허
-
운전할 때도 이걸 좌회전 하라고? 이러심 ㅋㅋㅅㅋㅋㅋㅋ
-
중대 가능함? 3
중앙대 가고싶어요..
-
리트를 145번 푸는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가능은 할거임 하지만 그정도로 리트...
-
남녀갈등 2
언제부터임 도대체..릴스댓글보면서 걍 한숨만낭ㅎㅁ 한남이랑페미가나라를 망치네
-
얼어죽는줄…
-
미적분 선택했고 6월 3등급 9월 3등급 이번 수능 가채점 기준 1컷 나왔습니다....
-
날씨 미쳤음
-
표본이 서연고서성한인데 그중100등이내가 쉬워보이냐?ㅋㅋㅋ
-
확통사탐공대 0
가능한 학교 머머있음?
-
물리 비역학 어려워서 그냥 사문 한지런 했는대 공대 가능합니까
-
기하특 9
어려운 문제 아님
-
닉네임변경 7
5수예정.
-
너무 대단해서 울었어..
-
님들 미적 27~30맞출 자신없는 공대지망 국4영2탐3,4면 확통으로 틀어도...
-
나 저격좀해줘 3
흐흐흐흐
-
미적 vs 기하 8
미적 26까지풀고 27정답률 반반정도나오는데 내년에 기하로 바꾸는게 나을까요 ?...
-
이건 제가 과거에 쓴 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하가 개꿀인 것...
-
들으면서 쎈 모르는 거 없게 풀고 마더텅으로 기출 한 3회독 한 다음에...
-
올해 유독 많이 느끼는 듯
-
여친짤 ㅇㅇ
-
미적 확통 비교 7
미적 1틀: 141 확통 0틀: 140 확통 1틀: 138 미적 2틀: 137 확통...
-
9칸짜리 몇 칸으로 떨어질까요ㅠㅠ
-
수학작수 92 이번 100이긴한데 영재고랑비빌만큼 잘하진않습니다 3합3 최저는 맞췄고요
-
자기 무조건 잘났네 자긴 손해보고 사네뭐네 하는것들은 그냥 사회에서 도태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
50일 수학 끝냈는데 수꼭필 듣는게 좋나요? 다른과목들도 부족해서 시간이...
-
네 궁그매요
-
야밤의 질받 13
날이면 날마다 오는 질받이 아닙니다
-
뻥임뇨
-
현재 제 성적이구 어문계열로 논술 넣엇는데 텔그에서 93%가 뜨더라구요.....
-
전전, 컴공 갈 놈들은 물리 말고 코딩 공부도 방학에 해라.. 5
진짜 노베로 가면 죽는다.. 난 그걸 못 버텨서 공대 탈출하고 수능판으로 다시 왔다
-
현 고1이고 수능 준비 하고 있습니다 수1 수2 미적 개념이랑 유형이랑 2,3 점대...
-
토가나오노 ㅂㅅ새끼 ㅋㅋ
-
화작 확통 영어 사문 정법 77 70 4 41 39 충남, 충북 갈 수 있을까요??
-
가군은 동국대 나군은 지방쪽에 쓰고 다군은 홍대쓰려고하는데 가능성있나요?
'지문 내용이 이러하니 이런게 정답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6평 조지고 선생님 포함한 다른 분들 칼럼 읽으면서
저 부분을 강조해주시는 것 같아
저 부분 의식하면서 6평 독서 지문 다시 봤는데
뭔가 이전까지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게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걸 알고 모르고가 차이가 큰 것 같아요!
파이팅입니다
정답 특정'이 가능한 문제 유형(소재에 대한 이해 등)
이 문제 유형이라는건 빈칸. 밑줄을 긋고 물어보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칼럼 내용처럼 칼슘 풀면서 자신있게 넘어간 기억이 나네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재에 대한 이해 부분에서 흔히 나오지만
다른 문제에서도 충분히 미리 답을 생각하고 갈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1. ㄱㄴㄷㄹㅁ, abcde 주고 밑줄 주고
2. 가장 적절한 것을 물어보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저는 서술형이란 말은 안 하고 주관식으로 답해 봐 합니다.
너무 비슷하네요 ㅋㅋ
그쵸 ㅋㅋㅋㅋㅋ ㄱㄴㄷㄹㅁ주고 문제 안내면 이의 제기 들어올 거 같아요
서술형 => 주관식도 그렇고 확실히 본질적으로는 비슷할 수밖에 없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해요!
뭐랄까 지문 읽다가 뭔가 딱 추론이 되면 아 이거네 ㅋㅋ 싶고, 그게 문제에 가보면 손들고 여기야 여기 이러고 있더군요
정말 달라지는게 없네요…
예전부터 너무 갓벽..
언제부터 보신 거죠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예전엔 눈팅만하다가 팔로우를 결심했답니다
과거 칼럼들 전부 정독했어요 ❤️
우와
시험장에서 이렇게 풀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도록 훈련하면 비문학도 쉽게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국어공부 하고싶어지는ㅎㅋ
격하게 감사합니다...
국어 학원인강 일절 없이 쌩독학중인데 선생님 칼럼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