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는소년 [515854] · MS 2014 · 쪽지

2015-11-12 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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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험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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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M) [432]

2016_1.pdf

a형 첫 문제 보니 화법 대담이 나왔네요. 초기에는 A형에서는 대화만 나오더니 이제 수능에서도 대담까지는 나오는 군요. 하지만 내년은 AB형이 통합되니 이과 학생들도 토론, 토의 등에 대해서 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토론, 토의는 쉬운데 이과 학생들은 내용이 아닌, 글이나 말의 방식에 대한 서술과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론이 무엇인지 열심히 개념을 잡았는데 지금 사회자가 발언한 것이 토론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를 지적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어의없는 약점이지요.


A형 현대시 박남수 <아침이미지>가 출제되었습니다. A형이라 제대로 이해할 필요조차 없지만 앞으로 공부할 사람들이 명심할 것은, 마치 좋은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수험생은 시의 분위기와 주제에 신속하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에 몰입하는 것은 시인의 마음에 빨리 동참하기 위해 시인이 담은 표현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시의 표현법 중 중요한 것 하나가 행과 연의 구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치지 않더군요.

a형에 출제된 것을 봅시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위와 같이 행 구분을 하지 않고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라고 할 수도 있고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왜 처음과 같이 했을까요?


시나 비문학, 문학 어떤 것이든 언어는 앞에서부터 입력이 됩니다. 먼저 들어온 표현 뒤에 다음 표현이 들어오기 때문에 처음 표현이 마음에 연상시킨 것 다음에 다음 표현이 연상시킨 것이 덮어쓰게 되지요. 마치 처음 물감칠한 위에 다음 색을 덧칠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덧칠이면 행 구분을 달리 해도 다를 바가 없을텐데

행을 바꾸면 뭔가 조금 reset하는 면이 있어 구분을 짓게 됩니다. 연 구분은 뚜렷한 단락 같은 것이지만 행 구분은 행이 바뀌고서 처음 나오는 첫 단어가 새롭고 시작하는 지위를 획득하게 되지요.

그래서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여기서 처음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어둠은'인데, 다음으로는 '낳고'입니다. 좀 이상하지요. 처음 '어둠은 새를 낳고'라고 했고 다음에는 '돌을'이니까 새-돌-꽃이 동등하게 주목을 받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면서 새, 돌, 꽃과 같이 낳는 대상도 아닌 낳는 행위를 두 번째 행 맨 앞에 두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행에서도 철저히 외면하고 이번에는 행위하는 시간인 아침을 맨 앞에 두었습니다. 뭐지? 하다가도 아 돌아가면서 해먹으라 하고 있네?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정보를 초장부터 파악하면 좋겠지요) 이 작품이 뭔가 돌아가는, 순환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의 초반부는 시의 '서두'입니다. 이건 제가 몇 해 전부터 말하는 것인데, 비문학 서두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적용해 보세요. 작품의 감상을 돕기 위해 마음에 그려낼 정서와 의미를 스케치할 수 있는 흐릿하고 개괄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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