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 [1332076]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09-14 08:22:40
조회수 2,700

난해한 문장 처리법- 추측하고 넘어가기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69155433

안녕하세요 독서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여러분은 지문을 읽다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만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고 포기하고 싶어지진 않으셨나요? 오늘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독서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난해한 문장의 <기능(목적, 의도)>을 추측하고 넘어가기"입니다.


최근 김동욱 선생님의 영상을 보던 중, "이해 안 되는 것은 넘어가지 마라"는 조언을 보았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1_DqPYFbUTo&t=25s) 이상적인 학생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 때문에, 무한정의 시간을 쏟을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글의 중후반부를 독해하다가 비로소 맥락을 파악해서, 전반부의 문장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어렵게 느꼈던 바로 그 문장이 실제 선지 판단에서 중요하지 않게 처리되는 경우에는,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이 허탈할 때도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포기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그 기준을 잘 잡는 것, 즉 어떤 문장을 어떤 속도로 어떤 수준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것인지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독해 연습의 핵심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기준은 한 마디로 문장의 기능, 목적, 의도를 추측해서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각 문단과 각 문장에는 반드시 기능이 있습니다. 모든 문장이 동일한 정보량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관습적으로 쓰이는 당연하고 부수적인 잉여의 문장들도 있습니다. 특별한 의미도 없으면서 독자를 불필요하게 괴롭히는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문장도 있습니다. 그런 문장들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수능 지문이 결코 일반적인 의미에서 잘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글이라면 정보 전달에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고, 논의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추상적인 개념 후에는 구체적인 사례와 맥락, 빌드업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능 국어 지문은 독해력 테스트를 위해서 위와 같은 보조도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주어, 술어, 수식어를 복잡하게 뒤섞어 놓거나 불필요하게 문장들을 꼬아 놓거나 번역투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난해한 문장이 잘 뚫리지 않는다면 블록 처리를 하고 과감하게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수능 출제자와 달리 예시를 풍부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전략을 비유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노스탤지어"의 한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바람 속에서 촛불을 조심스레 들고 물 없는 욕탕을 가로질러 가는 유명한 롱테이크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예술영화 팬들에게 역대 가장 위대한 신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무척 난해합니다.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영화의 초중반을 주의깊게 봤다면, 좀 더 구체적인 맥락과 빌드업을 파악할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글에 전후상황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난해한 문장, 이미지, 장면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바로 위 장면의 '기능'이나 '목적'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1. 감독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 주인공의 집중력 있는 성격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3. 혹시 이 장면이 "무의미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장면의 기능을 추측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영화를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최소한 전체적인 이해에 장애가 되거나, 시간 관리를 망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방법같지만, 수험생으로서 의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난해한 문장에서 당황하게 되어 이정도 처리를 하고 넘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촛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 주인공은 왜 저런 짓을 하는가? 왜 하필이면 실외 욕탕인가? 물이 빠진 욕탕이라는 공간은 무슨 의미일까? 저 남자의 복장과 표정은 왜 저럴까? 왜 감독은 12분동안 롱테이크를 선택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유익하지만 문제 풀이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만났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그 문장이 전체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작가가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닐까?

2. 이 문장이 앞으로 나올 내용의 복선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혹시 이 난해한 표현이 글의 주제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문장의 기능을 파악하려 노력하면,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도 점차 명확해질 것입니다. 더불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Q.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현재, 과거, 미래로 분리하는 것이 하나의 허구이자 기묘하게 자기참조적인 틀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a) 여러분의 현재는 어머니의 미래의 일부였고, 여러분 자녀들의 과거는 부분적으로 여러분의 현재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시간을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이는 종종 충분히 잘 작동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관해서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극도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도 현재 살아 있는 우리들의 책임 범위를 시야에서 감추었다. (b) 우리의 시간에 대한 의식을 좁히는 것은, 실제로 우리의 삶과 깊이 얽혀 있는 과거와 미래의 발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분리하는 길을 부드럽게 만든다. 기후 문제의 경우, 우리가 사실을 직시한 후에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분할로 인해 현실이 시야에서 가려지고, 따라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다. (2023 수능 영어 34번 지문 번역본)


위 문단에서 밑줄 친 두 문장의 기능이 무엇일까요? (a) 문장의 "어머니의 미래의 일부였다"에서 어머니 같은 단어에 꽂힐 필요 없습니다. 그냥 세대별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다소 문학적인 방법으로 표현했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그 정도 의미도 파악이 어렵다면, 그냥 부연설명을 했나보다, 앞 문장과 유사한 말을 반복했나 보다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추측은 당연히 틀릴 수 있고, 알고보니 앞 문장과 유사한 게 아니고 반전이 시작되는 문장일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그건 중간에 교정하면 됩니다. 많은 글을 읽어보면서 접속사, 어조, 문단 구분 등을 익히면 추측의 정확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부연설명을 함> 이렇게 블록을 처리하면 됩니다. (b) 문장 역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가장 좋은 건, '시간에 대한 의식이 책임에 대한 의식에 영향을 주는구나' 정도를 느끼는 것입니다. 아니면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 혹은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지 말자', 이것도 어렵다면 '깊이 얽혀 있다'는 말을 보강, 반복한 정도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현재, 과거, 미래로 분리하는 것이 하나의 허구이자 기묘하게 자기참조적인 틀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a) <아무튼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시간을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이는 종종 충분히 잘 작동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관해서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극도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도 현재 살아 있는 우리들의 책임 범위를 시야에서 감추었다. (b) <아무튼 시간에 대한 의식은 책임에 대한 의식에 영향을 준다.> 기후 문제의 경우, 우리가 사실을 직시한 후에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분할로 인해 현실이 시야에서 가려지고, 따라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다. (2024 수능 영어 34번 지문 번역본)


이 정도로 지문을 치환해서 읽으면 전체 논지 파악이 용이해집니다. 구체적인 선지판단이 어렵다면, 그제서야 그 블록친 문장을 다시 고찰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독해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깊이 있게 감상하듯, 각 문장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문장이 나와도 당황하지 마세요. 그 문장의 기능을 추측해 보세요. 그렇게 하면 여러분의 독해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연습 문제)


아래와 같이 글을 자연스럽게 개선하고 중복되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논리의 개념은 전통적으로 선험적 필연성을 함축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논리 체계의 예외적이면서도 절대적이지 않은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철학적 관점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다치 논리, 직관주의 논리, 비일관성 논리, 양자 논리 등은 고전 논리의 이분법 원리를 비판하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러한 대안적 논리들은 종종 고전적 틀 내에서 서술될 수 있으며, 이는 고전 논리가 비고전적 대안들이 결여할 수 있는 표현적 최적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논리 규칙의 적용은 종종 순환성의 문제에 봉착한다. 이는 직관이나 관찰을 통해 이를 검증하려는 시도가 사전 정의된 논리적 틀의 해석을 필요로 하여 그 중립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관에서 유도된 명제들은 주관적이고 문화적으로 한정되어, 서로 경쟁하는 논리적 패러다임 사이에서 상대주의와 비교 불가능성의 위험을 초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리의 사용에 대한 정당성은 다양한 인식론적 맥락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표현적 유용성에 집중해야 한다. 실용주의적 평가는 여러 논리들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고전 논리가 여전히 기본 구조로서 남아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고전 논리가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일관된 추론을 촉진하여, 다양한 논리적 틀 내에서도 합리적인 담론이 지속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고전 논리는 비록 다른 논리 체계들과 공존하지만, 표현적 최적성으로 인해 중심적인 위치를 유지한다. 비고전적 논리들은 고전 논리의 틀 안에서 재구성될 수 있으며, 이는 고전 논리의 포괄성과 유연성을 부각시킨다. 다양한 논리 체계의 공존이 가능하더라도, 고전 논리가 제공하는 표현적 최적성과 일관성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이는 합리적 담론의 지속을 위한 공통된 논리적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다음 중 합당한 추론은?

  1. 고전 논리의 표현적 최적성은 비고전적 논리들이 그 안에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고전 논리가 다양한 논리 체계들 사이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유지하도록 기여한다.

  2. 비고전적 논리들은 고전 논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하고, 그 결과 고전 논리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3. 논리 규칙을 직관이나 관찰로 검증하려는 시도는 사전에 정립된 논리적 틀의 해석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중립성을 약화시키고 순환 논증의 문제를 야기한다.

  4. 직관에 기반한 명제들은 문화적 맥락에서 벗어나 보편적 타당성을 지니며, 상대주의와 비교 불가능성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O X O X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을 · 1318506 · 09/14 16:52 · MS 2024

    하 요즘 서양철학지문들 모아보고 있는데 도저히 안뚫리는 구간들이 있더라구요... 너무 도움되는 글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