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1 15:13:30
조회수 2,470

첫사랑썰 초등학교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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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인의 아이디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가수 이승환씨의 노래 제목입니다. 첫사랑썰 BGM으로 제격입니다.)

본인의 초등학교 첫사랑은 본인과 1, 3, 4학년 같은 반이었다. 

1학년 당시 우리반에는 당차고 자기 주장이 강한 소녀 A양이 있었다. 그 때는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참 인기가 많은 시절이었는데 남자 애들은 서로 때리고 맞는 시늉을 하는 야인시대 놀이라는 걸 종종하곤 했다. 
어쩌다가 나는 A양의 친구 B양과 야인시대 놀이를 하게 되었다. 대사도 서로 주고받고 B양도 나와 놀이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녀의 옆구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였다. 
진짜 농담아니고 살짝 때렸는데 갑자기 B양이 울었다. 정말 정말 감각도 안날 정도로 엄청 살짝 때렸는데도 말이다. 이 상황은 1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왜 여자애를 때리는데!"
A양의 외침은 내 귀에 가시가 되어 박혔다. 진짜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글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약간 민망하고 화가 나서 귀가 빨개진다. 내가 든 생각은 2가지였다. 
1. 난 때리지 않았다.
2. 그리고 왜 여자를 때리면 안되는건데(그 때는 어려서 잘몰랐으니 이해 바랍니다)
무튼 그렇게 다툼이 있었고 내 뇌리에 A양은 참 도도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정말 조심해야하는 학생 정도였다. 2학년 때 그녀를 피한 것이 참 기뻤다. 

하지만 3학년. 난 다시 A양과 같은 반이 되었다. A양은 성격답게 언제나 반장이 되고 싶어했다. 나역시 반장같은거 별로 안좋아하지만 공부 1등이 반장을 해야한다는 선생님들의 주장에 따라 종종 반장선거에 반강제로 출마한 적이 많았다.(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때만 해도 있었던 이야기다.)
난 그녀와 반장 투표를 붙게 되었고 반장은 그녀가 되었고 나는 부반장이 되었다. 그 때부터 난 A양과 학급일을 맡아하며 가까워질수밖에 없게 되었다. 
학급일이라는게 별거 없게 보이지만 사실 엄청 많다. 왜냐하면 우리반에는 특수 아동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때만 해도 초등학교 때에는 따로 특수반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보살피는 것은 학급 임원이 몫이었다. 
"아 왜 너랑 이걸 해야되는건데!"
A양은 늘 그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한 츤데레 정도인데 그 때 나는 많이 어렸기에 정말 이 학생이 날 엄청 많이 싫어하는구나정도로 생각하고 의기소침해있었다. 남아서 일을 하고 같이 귀가하는 일도 많아졌는데 그 하굣길을 가는 기분이 참 뭐랄까.. 뭔가 날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 속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긴장감, 설레임 등이 공존한 나도 내 감정을 모를 정도의 상당히 애매한 감정이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같이 일하면서 친해지고 이때부터 좋아진거같기도 하다)

이 감정을 제대로 확인한 건 사회 수행평가 때였다. 수행평가는 다름 아닌 마을 조사였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반애들끼리 조를 짜서 토요일에 아파트 지도를 그려보는 것이었다.(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때만 해도 토요일날 학교를 갔다.)

사실 난 초등학교에서 좀 먼 거리에 사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맨날 A양이 아니면 혼자 먼 길을 가고는 했던 학생이다.(왜냐면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놀이터에서 놀다가는데 그럼 난 제 때 집에 도착할 수가 없다.) 난 혼자 수행평가하기가 싫었고 할 수도 없었다.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그나마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를 조사하는 게 맞는데 난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라는 이유로 A양이 속한 조에 편성되어야한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쳤다. 
그렇게 수행평가 같은 조가 되었고 당연히 나는 이 아파트 지도를 몰랐기에 A양과 같이 돌아다니며 아파트 지도를 그리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김밥천국에서 김밥 한줄을 나눠먹었다. 
"아 삼각김밥 먹고 싶은데 나눠 먹어야되니까 이거 먹어야되잖아!"(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 때는 삼각김밥 참치마요네즈맛이 허니버터칩만큼 엄청난 혁명이었다.)
"김밥 꼬다리도 못먹냐?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아 왜 너랑 이걸 해야되는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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