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키(임주영) [49945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6-05-02 23:00:16
조회수 24,726

[행키] 행키의 출신 대학교와 학과는? '학벌주의에 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snu.orbi.kr/0008365361

안녕하세요.
이제 3년차 화학 문제 만드는 행키입니다.
언젠가는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벼르고 별렀는데 이제야 꺼내네요.

제목이 좀 자극적이죠..?


정말로 제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글이 좀 깁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의예과를 다닌다고 들었다, (아마 제 책의 검토진 분들이 의예과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분은 N수생인 소문이 있다 등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서 바로잡을 시간이 온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을 매우 좋아하고..
놀기 위해 눈치껏 공부하던 학생이었는데..
어느 순간 남들과 다르고 싶다, 이대로 살기는 쪽팔리다는 단순한 동기로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천 상동에서 살았는데요. (오르비 독학재수 학원이 있는 그 상동입니다.)
꽤나 교육열이 높은 곳의 중학교를 졸업하는 바람에
특목고 열풍에 합류, 남들처럼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하던 애들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고..
대신 내신 관리랑 수학과학 선행을(특히 물리)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저는 안산동산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동산고는 용인외고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경기도 내 자율형 사립고이자
경기권에서는 꽤나 명문으로 통합니다. 서울대 보낸 인원으로 줄세우기 할 때 15위권 안에는 매번 드는 학교입니다.
저 스스로의 동기 부여로 이루어진 결과이기에, 꽤나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이는 더욱 심해져서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학벌주의에 굉장히 빠져 버립니다.

정말 말그대로 SKY아니면 안가겠다는 생각이었구요.
초중학교 때처럼 학급 임원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챙기고..
그냥 안경잡이였습니다.
한창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될 때라
언론플레이에 휘둘려 교내 생활..(일종의 생활기록부 스펙쌓기) 열심히 했습니다.
단, 내신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죠.
흔히 말하는 최상위권 대학에서 허용하는 특목고 및 자율고 내신을 받지 못하였던 거죠.
역시 흔히 말하는 최상위권 대학은 아니지만 눈높이를 좀만 낮추면 진학할 수 있던 대학교조차
지원하지 않고, 그저 저 스스로만 믿고서 상향지원하였습니다.
중학교 때처럼 저의 결심이면 다 될거라는 생각으로 CEO 되어서 돈 많이 벌고 좋은 일 많이 하자..ㅋㅋ
유치하고 원대한 꿈을 키웠었죠.
전자공학과 가고 싶어서 로봇동아리에서 활동..
너무나 새로운 영역이었지만, C언어도 배워보고 로봇 하드웨어도 고안해보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결과는..
재수였습니다. 제 친구들은 갔는데 저는 못갔어요.


헛된 자존심이 만든 패배였습니다.
길은 하나죠. 재수는 독학재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왕하는 거.. 내 적성 흥미 접고.. 무조건 의대가자는 생각으로요.
6평, 9평 전부 잘나와서 또 수시를 상향했습니다.
수시 최저는 무조건 맞출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또 미끄러져서 의대는 커녕.. 수시 최저도 못 맞추고..
정시로 인하대 기계공학과와 건국대 특성화학부에 지원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도 저의 흥미와 적성은 그저 입시공부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과의 특성이 극과 극이죠.

결과는? 지xx에 의하면 인하대가 안정이고 건대가 상향이었는데
인하대는 떨어지고 건대에 최초합 붙었습니다.
PEET를 생각하고 건대 대신 중앙대 화학과를 상향 지원하려고 했던 도중
우발적인 건대 선택이어서 건대에 가게 되는 상황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이 도중 저는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겪고..
수술을 하게 됩니다. 2개월 간 침대인생을 지냈구요.
정말 설상가상이었죠.
그런데.. 여러분께 저를 알린 '케미-옵티마'가 바로 이때 탄생하였습니다.
한 네이버 카페에 올렸던 화학1 20문항으로부터..
움직일 수 없으니, 밖에 나갈 수 없고..
그 때문에 당연히 재수 때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
여러분이 바라보는 그런 학교가 아닌 곳에 가야만 하는.. (당연히 상대적입니다.)
수험생으로서의 꿈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케미-옵티마는 행키가, 아니 임주영이
시험을 위한 시험에 대응하지 못하고,
다친 다리만 부여잡고 있는 재수 생활 마지막에..
제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자, 분노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구입해주셨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던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케미-옵티마 출간 이후, 저는 다시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였습니다.
입학 직후 저는 물리1, 화학1을 선택했어서 생물은 완전 문외한인데..
제가 과연 이 과에 맞는지가 의문이었으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책도 썼는데 한 번 더 도전해보는 게 어렵겠어라는 오만함도 있었습니다.


독학재수의 실패가 수능 당일 때만의 실패였음을 분석하고, 실전 연습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대학 중간고사도 치르지 않고 노량진 대성학원 자연 ss1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 학원에 갔을 때 케옵을 보고 있는 제 옆 친구한테 느꼈던..
노량진 홀로서기에서 제 책을 사는 수험생들을 보는 저의 감정이란..ㅋㅋㅋ
16학년도 9평이 정말 쉬웠죠. 저도 정말 잘봤습니다.
이 때 나왔던 책이 바로 '행키 모의고사'입니다.
책 만드는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수능 자신 있다는 생각에요..
그 때 즈음엔 '행키가 노량진 대성에 다닌다'는 말도 퍼질 때였죠.


그런데 수능 때 또 미끄러졌습니다. 정말 복창이 터질 지경..이었네요.

건대를 다시 돌아가야하나, 새로운 학교를 가야하나..
고민하던 도중, 제가 다니던 학교를 다시 돌아봤습니다.
차근차근.. 저의 미래와 연관지어서..
학과 사람들도 다시 만나보고, 조언도 구해보고..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분들이 제게 화학1에 관해서 고마움을 표해주셨다는 것입니다.
저는 입시를 실패했는데 말이죠.... 기분이 참 오묘했습니다.
'행키는 잘 나가는데, 임주영은..'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1년 전엔 절망이 새로운 길을 찾았듯..
그 때서야 수험생활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면 체념을.. 좋게 말하면 내려놓는 법을 알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학 입시에서의 제 그릇을요.
저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제가 만든 학습 컨텐츠 때문에
더 나은 곳에 진학하게 되었던 분들을 생각하면 이 또한 가치 있는 일임을 진정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행키가 아니라 임주영을 찾으려고 지난 삼반수 이후 몇 개월 간, 고민했어요.
또, 학벌주의라는 것은 무엇이고 왜 우리는 학벌을 얻으려고 하는가.


많은 학부모 분들을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이(저를 포함) 중학생 시절부터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을 바라는 것은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공부하는 분위기 뿐만 아니라
또한 본인이 속한 학교에 대한 자부심, 소속감을 넘어서
'주위 사람이 이렇기 때문에 나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해'라는
엄청난 동기 부여와 모방 심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죠.
이는 N수를 조장하기도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사람을 더 성숙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한 무서운 것은 이러한 강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그곳에 가기만 하면 미래가 결정될 거라는 안일하고 좁은 사고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더욱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자면 내신 관리를 무시하고, 입시 후반 들어 심히 방심한 경우는 후자이고,
행키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건 전자의 경우이기도 한 것 같아요.


PK.SKY는 처음부터 명문이었을까요.
어렸을 때.. 미국의 사립대학교의 경우와 달리..
국내 최고 사학이라는 연세대, 고려대보다 건물도 안 멋있고..ㅋㅋ역사도 짧은..
서울대학교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일까..
단순히 국립이라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는 동해 건너 일본의 도쿄대, 교토대..는 물론이고
성균관대가 600년..(?)이라는 역사와 달리 침체기에 있다가..
많은 어르신들이 '성대가 정말 많이 컸어'라는 말씀을 하실 만큼
명문이 된 것은 삼성의 지원이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과 상통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대학을 졸업한 사람 '개개인'일 것입니다.

제가 믿고 있는 건요.
입결 기준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
또, 대학교를 아예 진학하지 않은 고졸 학력자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본인의 인생에 임하느냐가 그 차이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학 진학에 성공한 사람들은(역시 성공의 기준은 상대적입니다.)
그것이 현역이든, N수생이든 성공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취감 이상의 무엇이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대학 입시가 끝인가요?


승복하지 못하고 패배주의, 피해의식에 젖을 것이냐.
다시 새로운 기회를 붙잡기 위해 도전할 것이냐.


물론 이러한 마음가짐이..
위에서 언급한 대학교 졸업생들이 만드는 카르텔에 의해 굴복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일 겁니다.
실력이 아닌 출신을 보는 것.


음..
여러분께 쉽사리 학력을 밝히지 못했던, 아니 않았던 이유는..
이러한 제가 생각해 온 학벌주의에 대한 편견, 그러니까
학벌을 따기 위해서 공부하는 이들에게 (그것이 본인이 간절히 바라는 꿈을 위한 가교일지라도)
나의 학력이 비춰지는 모습은
컨텐츠 구입 이전에 느낄 선입견에 기여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제 스스로가 가둔 어떤 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 2년차에서 최선을 다해서 구성해온 행키 컨텐츠가
이제는 저자의 학력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저 스스로가 결심이 섰습니다.


성공한 졸업생의 비율이나 성공할 확률을 따지지 않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그냥 제가 제 인생을 가진다면.
제가 저의 대학교, 제 조국, 내 미래의 가족, 내 인생을 빛내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 바로 자기 자신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지
주변 사람, 내 뒤의 학교 배경이 그것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는 제 학교가 좋고, 학과가 좋고..
사람들이 좋습니다.
이 마음은 졸업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의 전통을 만들고 싶고, 역사가 되고 싶습니다.
오르비언 관점으로 말씀드리면, 제 학교 입결 제가 높이고 싶네요.


따라서 다시 제대로 인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3년차 화학 문제 만드는
건국대학교 특성화학부 재학중인
임주영입니다.











P.S.
1)
특성 화학부가 아니라 특성화 학부의 15학번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곳은 화학, 생물, 생명공학을 아우르는..
말그대로 이 분야의 특성학과입니다.
한양대 미자공이나 성균관대 반도체처럼 건대에서 수의대나 일부 학과와 같이
학교 내에서 특화한 학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
현 시점에서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선..
특목고나 자사고에 재학 중인 현역 수험생 분들..
혹은 한 번 이상 수능을 치렀던 N수생 분들..
끝까지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입시에서 한 번 미끌어지신 분들은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의외로 일반고 학생들의 대입의 길은 꽤나 넓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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